ADVERTISEMENT

"복잡한 법규가 창조경제 막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꿔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26일 오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2층 라일락홀. 공학한림원이 주최하는 코리아리더스 포럼이 거의 끝나갈 즈음 플로어 앞좌석에 앉아 있던 삼성전자 권오현(사진) 부회장이 손을 들더니 마이크를 잡았다.

 “창조경제 하기 위해 첫 번째 개선해야 할 게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거 고치기가 엄청나게 힘들어요.”

 평소 조용한 학자 스타일의 권 부회장이 공개석상에서 마이크를 잡았다는 것은 그만큼 쌓인 게 많아 답답했다는 방증이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비롯해 부품사업을 총괄하는 수장으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거침없이 주장을 펼쳤다.

 “제도의 기본철학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꿔야 합니다.”

 네거티브 시스템이란 법을 만들 때 ‘하면 안 되는 사항’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법을 준수해야 하는 국민 입장에서 그만큼 활동범위가 넓어진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제도는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운용되면서 창조경제를 하더라도 허가를 받아야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도전을 주저하게 된다는 것이다.

 권 부회장은 “법규정이 점점 복잡해지니까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도 혹시나 법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돼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 말아야 할 사항만 지킬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코리아리더스 포럼은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월례행사다. 이날 주제는 ‘기업과 제도 경쟁력’으로, 현정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발표를 맡았다. 현 부의장은 권 부회장의 발언을 경청한 뒤 “정부가 법을 만드는 데 앞장서는 이유는 법을 만들면 반드시 칼자루가 하나 생기기 때문”이라며 “한편으론 일반 국민의 마인드에 정부가 룰을 정해줘야만 시스템이 돌아간다는 의식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화답했다. 즉, 법에 규정이 없는 새로운 사업이 나타날 경우 일단 해보는 게 아니라 정부가 법을 새로 만들어서 가이드라인을 정해야만 일이 되는 것처럼 느낀다는 설명이다.

 현 부의장은 “박근혜 대통령 또한 시스템을 네거티브로 고치려고 하지만 정부가 먼저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출발점이 고쳐지지 않기 때문에 풀어나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심재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