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법규가 창조경제 막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꿔야"

중앙일보

입력 2013.09.27 00:04

업데이트 2013.09.2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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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6일 오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2층 라일락홀. 공학한림원이 주최하는 코리아리더스 포럼이 거의 끝나갈 즈음 플로어 앞좌석에 앉아 있던 삼성전자 권오현(사진) 부회장이 손을 들더니 마이크를 잡았다.

 “창조경제 하기 위해 첫 번째 개선해야 할 게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거 고치기가 엄청나게 힘들어요.”

 평소 조용한 학자 스타일의 권 부회장이 공개석상에서 마이크를 잡았다는 것은 그만큼 쌓인 게 많아 답답했다는 방증이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비롯해 부품사업을 총괄하는 수장으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거침없이 주장을 펼쳤다.

 “제도의 기본철학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꿔야 합니다.”

 네거티브 시스템이란 법을 만들 때 ‘하면 안 되는 사항’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법을 준수해야 하는 국민 입장에서 그만큼 활동범위가 넓어진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제도는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운용되면서 창조경제를 하더라도 허가를 받아야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도전을 주저하게 된다는 것이다.

 권 부회장은 “법규정이 점점 복잡해지니까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도 혹시나 법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돼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 말아야 할 사항만 지킬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코리아리더스 포럼은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월례행사다. 이날 주제는 ‘기업과 제도 경쟁력’으로, 현정택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발표를 맡았다. 현 부의장은 권 부회장의 발언을 경청한 뒤 “정부가 법을 만드는 데 앞장서는 이유는 법을 만들면 반드시 칼자루가 하나 생기기 때문”이라며 “한편으론 일반 국민의 마인드에 정부가 룰을 정해줘야만 시스템이 돌아간다는 의식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화답했다. 즉, 법에 규정이 없는 새로운 사업이 나타날 경우 일단 해보는 게 아니라 정부가 법을 새로 만들어서 가이드라인을 정해야만 일이 되는 것처럼 느낀다는 설명이다.

 현 부의장은 “박근혜 대통령 또한 시스템을 네거티브로 고치려고 하지만 정부가 먼저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출발점이 고쳐지지 않기 때문에 풀어나가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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