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익힌「컴퓨터」|과기연 전자계산실 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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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과학기술연구소(소장 최형섭)전자계산실장 성 기수 박사「팀」은 2년간의 연구 끝에 드디어 한글「컴퓨터」용어문제를 해결해냈다. 이에 따라 연구소에 설치돼있는 우리 나라 최대기억용량의「컴퓨터」CDC3300이 한글을 읽고 기억하고 쓸 수 있게 됐다.
「컴퓨터」핵심체의 연산속도나 기역용량은 한없이 빨라지고 커지고 있다.「컴퓨터」의 판별력도 사람의 소리를 알아듣고 그에 따라 대답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컴퓨터」인 출력장치의 능력이 아무래도 핵심체의 발전을 못 따르는 것이 흠이다. 예를 CDC3300으로 든다면 중앙연산장치는 1백만 분의 1초단위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고 기역장치만도 9만8천 단어를 욀 수 있다.
그런데 일을 시키기 위해 입력장치가「카드」를 읽히는 속도가 1분에 1천2백장이고 연산결과를 찍어내는 인쇄기의 속도가 1분에 1천2백 「라인」(1라인은1백36자)밖에 안 된다. 이것은 1분에 16만3전2백 단어니까 물론 이만저만 빠른 것이 아니다. 1초에 백만 번의 연산을 하는 중앙연산장치와 비교하니까 느리다는 것뿐이다. 또 한가지는 우리 나라에서「컴퓨터」를 쓸 때 생기는 불편으로서 모두가 외국산이기 때문에 숫자와 외국어(주로 영어)만 알고 있다.
그래서 영어로 찍혀 나온 것을 한글로 번역, 인쇄해서 그 영어 위에 붙여야만 되게돼 있다. 예를 들면 급료계산 한 것의「타이틀」이나 내용이 모두 영어로 적혀 나온 것을 다시 한글로 인쇄한 것으로 바꿔 붙이니까 2중일이 되게 마련이다. 그래서「컴퓨터」가 사용할 줄 아는 한글용어가 나오지 않는 한 우리 나라「컴퓨터」계에는 어쩔 수 없는 장벽에 부딪치게 된다는 것이 뻔했다.
이런 전망에 착안한 성 박사는 2년 전에 자기가 이끄는 전자계산실의 몇「베테랑」과 미국의 CDC본사에 근무하는 한국과학자 및 미국과학자 등으로「팀」이을 짜서 한글용어문제 해결에 나섰었다. 약 2백만 원의 연구비를 들인 끝에 우선 1단48자씩의 6단 짜리 한글 활자「체인」(글자종류는 98자)을 만들어 냈다.
이「체인」에서의 한글의 배열은 정부가 제정한「타이프라이터」의 4벌식 자판의 순서대로 했고 그밖에 숫자, 의문부들의 기호와 영문「알파벳」활자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컴퓨터」에 한글을 읽히고 기억하게 하고 쓰게 하는 한글의 논리를 꾸미는 것이었다. 영문으로는 1「라인」으로 찍어 나가는 것을 받침이 있기 때문에 2「라인」으로 찍어 나가게 했고 한글을 분해해서 전후관계를 상세히 지시해주는 방법을 마련하는 등 고심 끝에 한글「컴퓨터」용어가 만들어진 것이다.「사과를 사러갑시다」와「사과 값」을 읽게 하고 기억하게 하고 치게 하려면 상세하게 지시를 하지 않는 한 틀리기 쉽다.
이렇게 해서 CDC3300은 I분간에 3백「라인」(4만8백자) 의 한글 (영문 혼합으로)을 인쇄해나갈 수 있게 됐다. 문자의 모양이 아직은 서투르고 속도가 영문의 4분의1인 것은 처음이라 그렇고 71년 봄에2벌식 활자「체인」이 나오면 글자모양도 이 쁘고 속도도 3배 빠른 1분에 1천「라인」이 될 것이라고 한다. 71년 6월께 부 터는 우리 나라 최초로 OCR(광학판독장치)가 가동되는데「펀치」를 치는「펀치」3백대 분에 해당하는 그것을 사용하여 하루 10만 통화씩 쓰인다는 시외와의 전화를 모두 동 연구소의「컴퓨터」로 처리할 예정이다.
이렇게 된 것은 물론「컴퓨터」가 한글을 구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시외전화료수납사무가「컴퓨터」화하게되면 경비가 약 3분의l이 절약되고 인원은 더 줄게 된다고, 그러나 무엇보다도 정확한「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하자는 데에「컴퓨터」화의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성 박사「팀」이「컴퓨터」로 하여금 한글을 쓰게 하는데 성공한 것은 국내의 다른 기종(IBM이나「유니백」등)에서도 방식은 다르지만 한글을 쓰게 하도록 자극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이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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