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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민주화|「브라이덴슈타인」박사 강연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독일인사회학자「게르하르트·브라이덴슈타인」박사는 『한국사회의 변천과정으로 보아 4, 5년 안에 구미의「스튜던트·파워」와 같은 대학의 위기가 한국에도 폭발할 소지를 안고있다』고 진단했다. 연세대 신과대 초빙교수로 2년간 한국의 사회와 대학을 본 그는 『그러나 다행히 대학사회의 민주화 노력을 지금부터 진지하게 벌인다면 구미와 같은 홍역을 치르지 않고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7일 연세대에서 있은 「대학의 민주화」란 강연에서 이같이 말한 「브라이덴슈타인」박사는 「자유증대 통제감소」(Increasing Freedom, Decreasing Regulation)가 오늘날 한국대학의 능률화를 위한 요채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사회를 가졌다거나 인권을 존중하고 자유선거를 한다는 것으로만 단순히 정의할 수 없다고 하면서「외부세력의 통제없이 스스로 다스리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러한 원리는 모든 사회생활의 한 형식으로 전체적 사회체제 속에 어디든지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화된 대학은 이상이 아니라 능률화를 위한 수단으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한국대학에도 위기가 곧 오리라는 그의 주장에서 「브라이덴슈타인」박사는 두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첫째 한국의 대학은 구미의 옛날대학과 비슷하다. 특히 독일식으로 교수가 많은 권한을 가지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이 미국식 제도를 본따서 이사회가 행정책임자를 지명 혹은 임명하는 대학들이다. 이들은 다같이 비민주적이다.
둘째는 한국사회가 점점 산업화·민주화되어서 몇 년 후에는 대학만이 전통적 사회에 있을 때처럼 낙후해 있을 수가 없게된다. 근대화, 민주화의 속도가 특히 빠른 한국의 경우, 대학이 이에 따르지 않고는 폭력 등 구미의「스튜던트·파워」가 불가피하게 된다.
서구 특히 독일의 경우를 제시하면서 「브라이덴슈타인」박사는『5, 6년 전만 해도 민주적 체제하에 안정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던 상태에서, 대학에도 민주주의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강력한 주장으로 대학의 위기, 사회의 혼란이 왔다』고 말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국가가 완전한 민주적 국가는 아니며 그 과정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고 하면서 생활의 모든 영역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일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미국식 대학제도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의 대학들은 특히 강의나 학점 등에 규칙이 너무 많아 학문적 열의가 생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그는 지적했다. 어떤 행동의 권장보다 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조항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의 원리로서 민주주의를 학원 안에 적용하는 것은 배우는 사람인 대학생 자신이 그들의 행동을 자율적으로 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브라이덴슈타인」박사는 『한국에서는 대학원에서까지도 석사를 위해서는 어떤 과목 몇 학점, 또는 박사를 위해서는 무엇을 필수로 해야한다고 정해 놓은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하면서「커리큘럼」을 극히 융통성 있고 자유롭게 제공했던 독일대학에서 많은 학자가 배출 될 수 있었던 점을 상기시켰다
대학사회 민주화의 방향을 「브라이덴슈타인」박사는 행정의 민주화, 「커리큘럼」과 학습제도의 민주화, 연구와 교수의 민주화 등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첫째, 전통적 대학은 권위주의적이며, 민주적인 흔적이 전혀 없다. 행정의 최고책임자인 총장이나 학장이 선거가 아닌 지명, 임명의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사회의 구성원의 대부분을 이루는 학생들의 발언권은 전혀 행사되지 못하고 젊은 조교나 대다수 학생들의 주장은 묵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몇 대학에서 시도된 삼중협의체는 하나의 좋은 시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브라이덴슈타인」박사는 제언했다. 3분의1은 교수, 3분의1은 젊은 조교와 강사, 그리고 나머지는 학생으로 구성된 협의체로 대학 안의 주요사항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함부르크」나 「베를린」대학에서는 이 협의체가 조교 중에서 총장을 뽑기도 했다고 한다.
둘째 문제는 아무리 강의내용이 빈약하고 듣기 싫은 것이라도 규칙적인 「커리큘럼」으로 억지로 배워야 한다는데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식 대학제도에서 더욱 현저하게 나타난다. 학생은 강의의 최종목적이며 교수는 그 수단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여야 하며, 배우는 당사자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없는 강좌라도 설치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가르치는 자유보다 원하는 것만 배울 수 있는 자유가 더욱 소중해졌다고 그는 지적했다.
세째는 교수방법을 민주화하여 연구와 강의에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참여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브라이덴슈타인」박사는 『민주적 사회는 자주적, 자율적, 창조적 사상을 요구한다. 민주화한 대학에서만 민주적 사고의 인간을 길러낼 수 있다. 그래서 대학의 민주화는 한국이 민주주의를 가치있게 생각하는 한 절대적 요구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이는 또 교육전체의 민주화이며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다고 매듭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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