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황해도

중앙일보

입력 1970.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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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장 채소전에 가서 『고수 주세요』하면 『이분 황해도에서 오셨군』할만큼 황해도사람들은 고수를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파세리」같이 잎이 자잔하고 약간 납작하면서 냉이 비슷한 모양의 고수는 처음 맛보는 사람들은 노린내가 난다고 손을 젓지만 바로 그 독특한 냄새가 한 두 번 맛들이면 새콤한 향기가 되는 것이다.
황해도 내륙지방인 평산에서 20여년 전에 서울로 옮겨온 조원형 여사(상업·신현택씨 부인)는 『전에는 서울에 고수가 귀했으나 요즘은 손쉽게 살 수 있다』고 말하면서 고수를 배추김치 속에다 넣는 것은 물론 조그마한 단지에다 따로 고수김치를 담가 식탁의 별미로 삼는 것이 황해도 특유의 식성이라고 한다.
황해도는 일부 해안지방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생선이 귀하기 때문에 웬만큼 큰집이 아니면 김치 소에 생선을 넣지 못하고있다.
젓갈도 따라서 그렇게 다양하지 못하여 주로 새우젓을 즐겨 쓰고 굴과 조기젓을 넣는 정도.
그나마 김장철이 되면 값이 비싸고 좋은 것을 사기 힘들어 『벌써 7월쯤이면 대부분 새우젓 한독을 마련해둔다』고 조 여사는 말한다.

<고수김치>
고수는 쫑이 올라온 것은 너무 세어 좋지 않다. 잎사귀가 딱 옆으로 벌어져서 퍼진 것이 냄새도 좋다.
고수를 뿌리의 잔털을 뽑고 굵은 뿌리째 그냥 썰어서 소금·새우젓과 고춧가루·마늘·파를 넣어 버무린다. 이것을 배추김치 소에다 넣으면 배추에 약간 발갛게 고수물이 들어 향내와 더불어 색깔도 먹음직해진다. 그리고 맨 고수김치는 위의 고수 버무림에 무 채를 섞어 단지에 담고 꼭꼭 눌러둔다.

<호박김치>
늙은 조선호박을 씨를 빼고 껍질도 긁어낸 다음 얄팍얄팍하게 썰어놓는다. 다음 양념은 고추·마늘·파 등 따로 만들어도 좋지만 대개 김장때 남은 양념찌꺼기들을 함께 섞어 버무린다. 그리고 속 배추김치를 하고 남은 허드레 배추 잎도 썰어서 함께 섞는다. 이렇게 김장에 지저분한 찌꺼기들을 처치하는 호박김치는 익은 후에 그대로 먹는 것이 아니라 된장을 넣거나 또 돼지고기·멸치 등 넣어 찌게로 만들어 즐겨 먹는다.
조 여사는 황해도에서는 집집마다 제일 큰 독으로 하나씩 담가두고 추운 저녁때 얼큰한 맛을 나눈다고 일러둔다.

<석박지>
겨울 김장이 익기 전에 지레김치로 이 석박지를 하는데 특히 황해도에선 겨울 통배추 김치에도 석박지를 섞어 즐긴다.
무우·배추를 납짝하게 썰어서 약한 소금에 절인 다음 새우젓과 마늘·파·고추가루·생강 등 양념을 섞어 담는다.
이 석박지를 포기김치와 함께 독에 넣는데 배추포기 켜켜마다 석박지를 한겹 덮어 담아 두면 추운 날씨에 일일이 배추포기를 들여다가 썰기가 귀찮을 때 시원하게 잘 익은 석박지를 떠내 그냥 먹을 수가 있어 또 색다르다. <윤호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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