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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기본 생활예절 가르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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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김태현 원장이 추석을 앞두고 주민들에게 전통차례상에서 올리는 예절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코 앞이다. 특히 이번 추석은 연휴가 일요일까지 이어지면서 5일간의 짜릿한 황금 연휴를 보낼 수 있어 그 어느 때 보다 추석을 기다리는 마음이 설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황금 연휴라는 들뜬 기분에 앞서 추석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40여 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우리 전통의 얼을 지켜가고 있는 한국전례원 김태현(75) 충남 지원장도 작금의 세태가 안타깝다고 전했다.

글=최진섭 기자 , 사진=강태우 기자

태평성대·가족의 행복 기원하는 추석

추석(秋夕)은 본래 햇곡으로 제물을 준비해 먼저 조상에게 선보이고 1년 농사의 고마움을 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말해주듯 모든 것이 풍요로운 시기이기 때문에 풍성한 민속놀이를 즐기며 조상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물론, 가족의 행복과 이웃의 화합, 나아가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뜻 깊은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은 풍요로움에 감사하고 조상에게 예를 갖추는 민족 고유의 명절이 아닌 단순히 며칠 동안 꿀맛 같은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연휴로 전락하는 듯한 사회적 분위기 만연해 있다. 한국전례원 김태현 지원장도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고 전했다.

김태현 원장이 차례상 놓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통예절이라고 하면 무조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고유의 멋이 사라지고, 전통의 얼이 잊혀져 가는 것입니다. 현대 사회가 글로벌 시대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정착했는가 하면, 또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 사람들과 다문화가정을 꾸리고 한국사회에 적응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외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필요하다면 그들의 문화를 배우는 등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에 앞서 우리의 것부터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그 나라의 전통문화를 알고 지켜나간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각종 패륜 범죄를 예방하고 국가적으로는 국위를 높이는 일입니다.”

 교직을 떠난 뒤 전통예절교육을 확산하는데 여생을 바치겠다는 일념으로 1급 예절지도사 자격까지 취득한 김 원장은 민족 4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을 맞아 고유의 전통예절을 제대로 알고 지켜나가기 위해 다시 한번 우리의 것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차례상 앞에 놓인 축문.

특히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명절에는 어른들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최소한의 기본적인 생활예절을 가르치는데 결코 인색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요즘 아이들이 버릇이 없다고 하지만 이 모든 책임은 부모에게 있습니다. 그저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식으로 이기적인 가정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아이들이 기본적인 예절을 습득하지 못한 채 성장하는 것입니다. 결국 그 결과는 사회적인 문제로 되돌아오고 이는 악순환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효도하길 바라지 말고 내가 부모에게 효도하면 자연스럽게 효도하는 자식이 나오듯 예절교육을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어른 스스로 실천해야 합니다. 이번 추석에는 차례상을 차리는 방법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다양한 민속놀이도 함께 즐기며 우리 고유의 풍속을 지켜나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토론을 해보는 것도 좋은 가정교육이 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말로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이가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도덕사회 구현하는 ‘전통예절’ 익혀야”

전통예절은 이미 사라진 과거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기본적인 생활이라고 말하는 김 원장은 추석을 앞두고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교와 기업체, 행정기관 등을 순회하며 예절교육을 하는 것은 물론, 천안박물관에서는 20여 명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예절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방법과 추석의 유래 등에 대해서도 교육을 펼치고 있다.

 김 원장은 “전통예절이라는 것은 유건(儒巾)을 쓰고 천자문을 외워야 되는 것이 아니라 도덕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생활이라 할 수 있다”며 “민족 최대 명절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만큼 이번 추석에는 연휴가 길다는 것에 기뻐하지 말고 우리의 것을 제대로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김 원장은 연중 7000여 명 이상의 초·중학생은 물론, 지역민들을 위한 예절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예절지도사를 양성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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