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올해 가입 트렌드 보니 … 질병·사고 보장성보험이 대세

중앙일보

입력 2013.09.17 02:30

업데이트 2013.09.1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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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직장인 강모(35)씨는 최근 병원비 전용 보험인 단독형 실손의료보험(월 1만원)과 보장기간이 100살까지인 암보험(월 2만원)에 동시에 가입했다. 한 달에 총 3만원의 싼 보험료로 큰 병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들어서였다. 보험설계사가 “목돈 불리는 차원에서 저축성보험에 들라”고 권유했지만 한 달에 40만~50만원을 10년간 넣어야 하는 점이 부담스러워 거절했다. 강씨는 “전셋값 올려주고 생활비 감당하려면 저축성보험 가입은 꿈도 못 꾼다”며 “보장성보험에 가입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보험이 기본으로 돌아가고 있다. 질병·사고 대비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보장성보험이 뜨는 반면 재테크 성격이 강한 저축성·변액보험의 인기는 많이 식고 있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주머니가 팍팍해진 소비자가 적은 돈으로 가입할 수 있는 보장성보험에 몰려서다. 저조한 수익률과 과도한 초기수수료 때문에 재테크보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영향도 크다. 보장성보험은 질병·사고가 생길 때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하는 데 비해 저축성·변액보험은 약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금과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 달 보험료가 1만원 안팎인 단독형 실손의료보험의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손해보험 10개 회사의 통계를 보면 7월 한 달간 가입자가 1만4834명으로 1월(3858명)의 4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 보험은 상해·후유장애까지 책임지는 종합 보장보험과 달리 치료비 하나만 보장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싸다. 예를 들어 손보업계에서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현대해상의 ‘무배당 실손의료보장보험’은 40세 남성을 기준으로 입원치료비 최대 5000만원을 보장한다. 보험료는 첫 2년간은 9000원대, 이후에는 1만원대에서 가입기간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올라간다.

 월 보험료가 3만~5만원인 어린이보험도 인기다. 올 들어 7월까지 어린이보험 신규 가입 건수는 약 77만 건으로 전년 동기(약 37만 건)의 배 이상으로 늘었다. 성년이 될 때까지 주요 질병에 대한 치료비를 보장해주고 학자금을 중도인출할 수 있어 신생아나 어린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인기가 높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부모들 사이에 자녀의 미래 건강과 학비는 확실하게 챙겨두자는 심리가 커진 듯하다”고 말했다. 삼성화재와 신한생명이 올 들어 가입자 유치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삼성화재의 ‘엄마 맘에 쏙 드는 자녀보험’은 암·뇌출혈과 같은 주요 질병뿐만 아니라 소아뇌졸중과 같은 희귀질환을 보장한다. 부모가 사망하거나 큰 병을 앓아 경제적 능력을 잃을 때에는 대학 때까지 교육비를 지원한다. 신한생명의 ‘아이사랑보험 명작 플러스’는 암과 같은 질병은 물론 교통사고까지 보장한다. 특히 이 보험은 아이가 자라 30세가 되면 종신보험으로 전환해 80세까지 유지할 수 있다.

 올 4월 삼성생명을 필두로 7년 만에 신상품이 나온 암보험도 주목받고 있다. 가입연령이 높아지고 상품은 다양해졌다. 삼성생명 암보험은 30~40대가 월 2만~3만원의 보험료(15년 주기 갱신)를 내면 100세까지 보장하는 구조다. 흥국생명의 ‘더드림스테이지암보험’은 병세에 따라 지급하는 보험금을 차등화했다. 1기 암은 보험금이 적지만 4기 암은 많다. 암보험은 2009년 53만 건이던 가입건수가 지난해 138만 건으로 늘었다. 가입할 수 있는 나이도 60세에서 75~80세로 높아지는 추세다. LIG손해보험은 암 완치자만을 대상으로 한 보험을 내놨다. 가입 뒤 암 진단을 받으면 최대 3000만원의 보험금을 준다.

 틀니·임플란트 치료 때 보험금을 주는 치아보험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치석치료를 제외한 치과 치료는 건강보험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보험에 들어 치료비 부담을 줄이려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 적금보다 높은 이자를 줘 인기를 모았던 저축성보험은 보험료가 연초의 절반밖에 들어오지 않는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6조4070억원이었던 저축성보험의 총 보험료 납부액은 6월 들어 절반 수준인 3조2563억원으로 줄었다. 주식·채권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변액보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2월 신규 가입자 보험 납부액이 3218억원이었지만 이후 점점 줄어 6월에는 1745억원에 그쳤다.

 부진의 공통 원인은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소비자가 장기 투자에 대해 부담을 많이 느껴서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저축성·변액보험은 보통 중산층이 목돈 마련을 위해 가입한다”며 “가입자 감소는 그만큼 중산층이 투자할 만한 여윳돈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수익률이 안 좋은 것도 중요한 이유다. 저축성보험의 경우 시중금리 하락 영향으로 상반기에 공시이율(이자)이 0.5%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생보사의 공시이율은 1월 4.1~4.2%였지만 지난달에는 3.6~3.8%로 낮아졌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줄일 거란 우려 때문에 주식·채권값이 내려가면서 변액보험 성적도 좋지 않다. 주요 생보사의 대표 변액보험은 올 들어 대부분 손실을 보거나 0~1%대의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저축성이나 변액 모두 가입 초기에 원금에서 10% 안팎의 수수료를 먼저 떼기 때문에 수익률이 나빠지면 장기 투자해도 원금을 회복하기 쉽지 않다.

 저축성보험에 대한 세제혜택이 줄어든 것도 매력을 떨어뜨린 요인이다. 즉시연금은 10년 이상 투자 시 무제한 비과세 혜택을 준 덕에 고액자산가의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올해 2월 15일 이후부터 2억원까지만 비과세 혜택을 주면서 가입자가 뚝 끊겼다. 연금저축은 올해 초 세제개편안에서 연 최대 400만원의 소득공제가 12%의 세액공제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과표 기준으로 연 소득 1200만원 이상부터는 연금저축 소득공제액이 줄어들게 됐다.

 보험업계도 이런 트렌드를 감안해 저축성·변액보험보다 보장성보험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지 않는 한 재테크 성격의 보험에는 자금이 많이 안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당분간은 보험사들이 보장성보험에서 다양한 신상품을 출시하며 가입자 늘리기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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