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방한복 준비하라" … 민주당, 천막투쟁 장기전

중앙일보

입력 2013.09.17 00:35

업데이트 2013.09.1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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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6일 오후 여야 3자회담을 마친 뒤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메모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주주의의 밤이 길어질 것 같다’며 ‘저는 이제 천막으로 간다’고 밝혔다. [뉴스1]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6일 3자회담을 마친 뒤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민주주의의 밤은 더 길어질 것 같다. 천막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이날로 47일째인 장외투쟁이 더 길어지게 됐다. 의원들은 의총장을 떠나면서 “두꺼운 방한복을 준비해라” “겨울까지 가겠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지난달 1일 삼복더위에 시작됐다.

 민주당 의총은 원래 3자회담 보고회였지만 출정식 분위기였다. 김 대표는 “대통령과 담판을 통해 민주주의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며 “대통령의 결단이 없다면 우리가 이제 쟁취해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에 이어 마이크를 잡은 전병헌 원내대표도 “(3자회담 이후)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암흑의 터널로 들어섰고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우리에게 더 큰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독려했다.

 의원들은 술렁였다. 김 대표의 노웅래 비서실장이 “박 대통령이 ‘노무현·김대중 대통령 때는 왜 국정원 개혁을 못했나’라고 말했다”고 3자회담 내용을 보고하자 일제히 야유를 쏟아냈다. 의총이 마무리된 후에도 친노 강경파로 분류되는 이목희·김현 의원 등은 “의총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더 얘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민주당은 의총 후 긴급최고위원회를 열었다. 김관영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민심과 심각한 괴리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국민 기대와 달리 불통으로 일관한 박 대통령은 국정 책임자로서 사실상의 회담 결렬에 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제1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박 대통령에게 민주당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우치도록 할 것”이라고도 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선 국정감사 보이콧, 원내외 병행투쟁이 아닌 전면 장외투쟁 등의 얘기가 ‘모든 수단’의 하나로 거론됐다고 한다.

의총에 참석하지 않은 문재인 의원은 트위터에 “민주주의의 밤…, 암흑의 터널…, 불통과 비정상을 확인한 만남…, 답답하네요”라는 글을 올렸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장외투쟁 장기화 움직임을 비판했다. 유일호 대변인은 “국민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이 의무를 다하지 않고 길거리를 배회하겠다는 것”이라며 “만약 장외투쟁을 지속하기 위한 빌미로 이번 3자회담을 이용한 것이라면 민주당은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했어야 할 말은 해묵은 정쟁거리를 다시 내놓는 게 아니라 국민이 잘 먹고 잘살 수 있도록 진심을 담은 제안과 조언을 했어야 했다”며 “그 모든 것을 망각한 채 어렵게 성사된 회담을 망쳐버린 민주당은 국민을 실망시킨 것에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강인식·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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