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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FIFA 랭킹 58위 … 월드컵 시드 배정 손해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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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13일 영국에서 뛰는 선수들을 보기 위해 출국하고 있다. [뉴스1]

숫자는 힘이 세다. 축구는 숫자로 기량을 평가하기 힘든 종목이다. 그럼에도 한 달에 한 번 전 세계 209개국을 1등부터 꼴찌까지 한 줄로 세우는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은 축구 실력을 가늠하는 가장 권위 있는 기준이 됐다. 관심이 높다 보니 스폰서까지 있다. 정식 명칭은 FIFA 코카콜라 월드랭킹이다. 1993년 태어난 FIFA 랭킹은 벌써 20세가 됐다.

 ◆산정 방식은=처음 랭킹을 도입했을 때는 불만이 높았다. 실제 실력에 비해 랭킹이 낮게 나온 국가는 “랭킹을 신뢰할 수 없다”고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산정 방식이 정교하게 진화했다. 지금은 승·무·패뿐만 아니라 경기의 중요성, 상대팀 및 대륙별 가중치 등을 고려한다. 같은 1승이라도 상대팀과 경기 중요성에 따라 점수가 100점 미만이 될 수도, 1000점이 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경기만으로 모든 걸 평가하지는 않는다. 최근 4년간 치른 A매치가 모두 기준이 되며, 최근 경기일수록 포인트에 더 큰 영향을 준다. 한 번이라도 1위를 한 국가는 독일·브라질·이탈리아·프랑스·아르헨티나·네덜란드·스페인 등 7개국뿐이다.

 ◆58위로 추락한 호랑이=지난 12일 9월 랭킹에서 한국은 지난달보다 두 계단 하락한 58위를 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7위에서 31계단이나 내려앉았다. 최강희(54) 전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열매를 맺었지만 지난해 9월부터 급격히 하향곡선을 그렸고, 홍명보(44) 감독 부임 이후에도 1승3무2패로 부진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국가 중 일본(42위)과 이란(48위), 호주(53위)는 물론 우즈베키스탄(57위)에도 추월당했다. 다음 달 브라질(8위), 말리(38위)와의 평가전에서 모두 진다면 70위권까지 추락할 수 있다.

 ◆랭킹 하락의 후폭풍=FIFA 랭킹은 축구 실력을 재는 상징적인 잣대일 뿐이라고 무시할 수 없다. 요즘은 각종 국제대회 조추첨 시드 배정 때 FIFA 랭킹이 활용되고 있다. 랭킹이 낮아 실질적으로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본선 조추첨 시드 배정 때 FIFA 랭킹을 반영했다. 톱시드 격인 1그룹에 개최국과 FIFA 랭킹 상위 국가가 배정됐다. 2~4그룹에는 대륙별 안배 원칙이 적용됐지만, 규정이 바뀌어 FIFA 랭킹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FIFA 랭킹을 토대로 시드를 배정하기 때문에 랭킹이 낮을수록 강팀과 많이 만나게 된다. 조만간 랭킹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2015년 호주 아시안컵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시드 배정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박린·김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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