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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로운 맛" … 리네쉬가 첫째로 꼽은 '진짜진짜' 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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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농심이 최근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실시한 신라면 판촉행사는 현지인들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 [사진 농심]

“절대적으로 완벽한 제품(absolutely perfect). 면발은 얇고 쫄깃하며 매운맛과 진한 돼지고기 육수, 채소와 검은깨, 땅콩 프레이크는 잘 어우러져 있다. 한마디로 호화로운 맛의 세계다.”

 세계적인 라면 블로거 한스 리네쉬(사진)는 지난달 자신의 블로그에서 ‘올해의 라면 톱 10’을 꼽으면서 한 제품에 관해 이런 평가를 남겼다. 리네쉬는 11년간 세계 각국의 라면 1100여 종에 대한 시식기를 쓴 블로거로 CNN 등 해외 언론이 라면 관련 보도를 할 때 가장 자주 인용하는 세계적인 전문가다. 리네쉬의 극찬을 들으며 1위에 꼽힌 제품은 바로 한국의 농심이 만든 ‘진짜진짜’였다. 이 밖에 신라면블랙과 짜파게티·신라면도 “고급스러운 면발” “탁월한 짜장 소스” 등의 평을 들으며 각각 3·5·10위에 올랐다. 톱 10 가운데 4개를 한국 제품이 차지한 것이다.

 올해로 탄생 50주년을 맞은 한국 라면이 글로벌 히트 상품으로 성장하고 있다. 농심·삼양 등 국내 라면업체들은 현재 10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농심 R&D센터 박수현 전무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 중에 자동차나 스마트폰과 견주어도 손색 없을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바로 라면”이라며 “면발부터 수프, 국물 맛, 용기까지 끊임없는 혁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라면이 처음 생산된 건 1963년 9월 15일, 삼양이 일본의 기술을 들여와 국산화에 성공하면서부터다. 2년 뒤 농심이 뛰어들면서 국내 라면 업계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특히 농심은 창립 때부터 기술연구소를 세워 품질 대결을 주도했다. 이 연구소가 70년대에 내놓은 ‘소고기 라면’은 양념한 면발과 닭 육수로 맛을 내던 라면 시장에 변화를 가져온 계기가 됐다. 농심은 이 제품 하나로 연간 매출이 전년의 세 배 가까이로 증가하는 기록을 세웠다. 농심 관계자는 “소고기 라면의 성공은 일본의 라면을 그대로 모방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맛을 개발하면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용기면도 경쟁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히트상품이 됐다. 72년에 처음 등장한 용기면은 컵 모양으로 출시됐다. 그러나 ‘음식을 들고 먹는다’는 거부감에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이후 80년대 들어 농심은 한국인에게 익숙한 사발 모양을 본떠 ‘점잖게’ 상 위에 놓고 먹을 수 있는 ‘육개장 사발면’을 출시해 시장을 석권했다.

 당시만 해도 집 안이 아니면 뜨거운 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라면회사 영업사원들은 전국 소매점에 온수통을 실어 나를 정도로 정성을 기울였다.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컵라면은 주요 간식거리로 크게 성장했고 육개장 사발면은 용기 시장 점유율의 60%를 차지하는 대표 상품이 됐다.

 짜파게티는 이종 제품을 라면 시장으로 끌어들인 사례다. 70년대만 해도 생일이나 졸업식 같은 특별한 날에 먹는 외식 메뉴 1위는 짜장면이었다. 농심은 이 짜장면을 라면 형태로 개발하기 위해 당시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중국집이었던 ‘아서원’의 주방장을 초빙해 요리법을 지도받았다. 짜장면 요리법에 라면 생산 노하우를 더해 ‘인스턴트 짜장면’을 생산했고 이 제품은 훗날 짜파게티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면과 육수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경쟁은 80년대 들어 수프로 확대됐다. 농심은 82년 당시 자본금의 두 배에 달하는 40억원을 들여 안성에 수프 전문공장을 세웠다. 이듬해 출시된 안성탕면과 ‘가장 한국적인 매운맛’이라는 평가를 받은 신라면, 해물 맛을 첨가한 너구리 등은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라면 업계는 미래 시장의 변화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웰빙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乾麵) 시장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박 전무는 “이탈리아 파스타 제조공법을 활용한 사출면에 천연 식재료의 풍미를 그대로 살리는 첨단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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