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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 홍상어 실종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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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내 이름은 ‘홍상어’다. 물속에서 상어처럼 빠르게 헤엄쳐 적의 잠수함을 명중시키기 위해 태어났다.

 어뢰는 보통 물속에서 발사되지만 나는 다르다. 미사일처럼 함정의 수직발사대에서 발사된다. 함정에서 로켓추진기관을 이용해 10여㎞를 미사일처럼 날아간 뒤 낙하산을 타고 물속으로 들어가 잠수함을 찾아 박살낸다. 동생 청상어는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서 떨어뜨리는 어뢰지만 나는 배에서 날아간다.

 2009년 내가 태어났을 때 사람들은 환호했다. 명품 무기가 태어났다며 언론도 대서특필했다. ‘하늘을 나는 어뢰’ ‘잠수함 잡는 어뢰 미사일’. 자랑스러운 나의 별명이다. 적의 잠수함에 대응하는 능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되리란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나와 같은 홍상어 50여 개가 구축함에 실렸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사람들의 찬사가 부담스럽다. 몸이 아프기 때문이다. 평상시엔 괜찮은데 물속으로만 들어가면 머리가 어지러워 앞이 안 보인다.

 나는 지난 7월부터 9월 11일까지 ‘세종대왕’님(7600t급 이지스함)을 타고 동해로 나갔다. 내 능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난 한 개에 20억원씩 하는 귀한 몸이다.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나는 이름값을 하려 이를 악물었다.

 발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실망을 줬다.

 연습탄 홍상어와 실탄 홍상어, 각 2발씩을 쐈는데 실탄 하나가 목표물 근처에서 사라진 거다. 나를 태어나게 한 방위사업청에선 “명중률이 75%는 되니까 그냥 나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하다가 요즘은 “나를 계속 만들어야 하는지 관계기관과 협의해 보겠다”며 오락가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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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고백하면 내가 실망을 준 것은 그때가 처음은 아니다. 사실 난 태어나자마자 아팠다.

 2012년 7월. 나를 입양한 해군은 “얼마나 잘 싸우는지 보여 달라”며 동해 위로 나를 날렸다. 20여㎞ 밖의 물속 60m 아래 지점에 컨테이너를 숨겨 놓고 그걸 찾아서 박살내라고 했다. 나는 힘껏 날았다. 10여㎞는 잘 갔다. 그런데 물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힘이 없어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1000억원 이상을 들여 나를 입양했던 해군은 지난해 9월 3~21일 국방기술품질원과 국방과학연구소로 나를 보냈다. 그러나 특이한 병은 없다고 했다.

 한 달 뒤 나는 다시 바다로 나갔다. 올해 2월까지 시험발사 8발(연습탄 5, 실탄 3발)을 다시 했는데 5발(연습탄 4, 실탄 1발)만 명중했다. 3발은 또다시 물속에서 행방불명됐다. 60%를 갓 넘는 기대 이하의 명중률이었다.

 나는 다시 병원으로 보내졌다. 이번엔 뇌진탕이란 진단이 나왔다. 낙하산을 탈 때까지는 괜찮은데 물과 부딪힐 때의 충격으로 뇌진탕을 일으킨다고 했다. 뇌진탕의 충격으로 눈(시커·seeker)이나 발(추진체)이 제구실을 못해 목표물을 찾지 못하고 물속에서 사라진다는 결론이었다. 의사들은 내가 물에 수직으로 떨어지면 충격을 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이빙 선수가 최대한 직각으로 입수하는 원리라며 배에서 좀 더 높은 각도로 출발하라고 했다. PCB(Printed Circuit Board)라는 철모도 내 머리에 덧씌웠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나선 게 지난여름의 시험발사였다. 그런데 다시 4발 중 3개밖에 맞히지 못했다. 태어난 지 4년 만에 명품 무기라는 수식어가 슬그머니 사라졌다.

 어디가 부실한 건지 답답하다. 내가 생각해도 지금 상태론 적의 잠수함을 격침시킬 수 있다는 말을 못하겠다. “수직으로 발사돼 적 잠수함을 잡는 미사일은 홍상어가 세계에서 두 번째”라고 자랑했던, 수출까지 추진하겠다고 했던 방위사업청·국방과학연구소가 책임을 져야 한다. 내 이름을 지키기 위해 나는 몇 번이고 더 수술대에 누울 수 있다. 난 상어 구실을 하고 싶다. 더 이상 “물속에서 가라앉는 게 무슨 상어냐”는 조롱을 듣고 싶지 않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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