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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단호하게 말할 것" 민주당 "합의문 못 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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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시청 천막당사에서 오늘(16일) 열릴 예정인 3자회담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회담에 응하겠다”고 밝힌 김 대표는 검찰총장 사퇴 문제에 대한 답변 준비를 요구했다. [김경빈 기자]

16일 국회 영빈관인 사랑재에서 열리는 여야 영수회담은 형식적으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참석하는 3자회담이지만 실질적으론 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 대표 간 진검 승부의 장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정치 쟁점이 됐던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논란에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라는 메가톤급 이슈가 하나 더 추가됐다. 김 대표는 15일 기자회견에서 채 총장 사퇴에 대해 박 대통령이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것임을 예고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솔직히 회담에서 합의문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우리는 회담이 아니라 TV토론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국 정상화로 가기 위한 합의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노력보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 간 격론이 오갈 것에 대비해 반박과 재반박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욱이 당내에서 영수회담 불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태에서 김 대표가 “회담엔 응한다”는 입장을 정한 만큼 호락호락하진 않을 것이란 게 주변의 얘기다.

앞서 지도부 주요 인사 회의(14일)에선 “채 총장의 사퇴 발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긴급조치 1호”라는 주장이 나왔을 만큼 민주당 내에선 강경론이 대세다. 1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곤 김 대표 측의 다른 인사는 “지금 버스를 타고 들러서 가는가(3자회담 참여), 아니면 택시로 바로 가는가(불참)라는 문제만 있을 뿐 (대여 강경 투쟁이라는) 목적지는 정해져 있다”고 단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가 3자회담 참석을 결정한 건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날 경우 민주당이 강공 기류로 향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도 녹록지 않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채 총장 문제를 포함해 야당이 의제 조율을 운운하는데 미리 의제를 정하는 자체가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뜻과 어긋나고 이는 자칫 국민을 속이는 행위가 될 수 있다”며 “박 대통령도 회담에서 야당의 공세에 단호하게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 총장 사퇴의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선 채 총장 본인이 적극적으로 진실을 밝혀 소명하는 게 최선의 해결 방안이란 입장을 강조하면서 분명한 선 긋기를 할 것이란 얘기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원 관련 의혹은 대통령이 사과하거나 유감을 표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은 누구보다 정보기관을 정치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회담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확실하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정원 개혁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지만 “야당의 말처럼 밖에서 칼질하는 식의 국정원 개혁은 곤란하다”는 얘기다.

 한 시간가량으로 예정된 3자회담엔 대통령 비서실장(김기춘)과 황우여(여상규)·김한길(노웅래) 대표 비서실장 등 3명이 배석한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모두발언 이후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회담 결과는 각자 발표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3자회담 전 과정을 TV로 생중계하는 방안을 공개 제안했지만 청와대는 “카메라 앞에서는 허심탄회한 대화가 어렵고 대화 내용을 서로 간에 충분히 공개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청와대 박준우 정무수석은 노숙투쟁 중인 김한길 대표가 셔츠와 면바지 차림이 아닌 정장을 입고 나와줄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자 민주당 쪽에서 “임금님을 알현하는 것도 아니고 드레스코드까지 거론하나”라며 “복장은 상식에 맞게 갖출 텐데 굳이 그런 것까지 얘기하니 야당을 대화 상대로 여기는지 의문”이라며 불쾌해했다.

 3자회담에 앞서는 30분가량 박 대통령과 국회의장단, 여야 대표단 등 8명이 참석해 30분가량 박 대통령의 순방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글=강태화·이윤석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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