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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가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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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중국의 두바이’ ‘최고 부자 도시’ ‘중국에서 럭셔리 자동차가 가장 많은 곳’…. 네이멍구(內夢古)의 오르도스(鄂爾多斯)는 이런 찬사를 듣던 도시다. 작년 ‘미스 월드(세계 미인대회)’를 개최했고, 그 전 해에는 ‘세계 호화 자동차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실제로 2011년 오르도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 달러를 넘어 중국 최고의 부자 도시에 오르기도 했다.

 그런 오르도스가 요즘 ‘유령 도시(鬼城)’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다. 가동이 멈춘 시내 공장의 기계는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고, 신도시인 캉바스(康巴什)의 신축 아파트는 입주자를 찾지 못해 텅 비어 있다. 소식을 전하던 중국 CC-TV 앵커는 ‘중국 도시가 파산할 수 있다면 첫째 대상은 오르도스일 것’이라고 말한다. 잘나가던 오르도스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평범한 초원이었던 오르도스에 개발 붐이 분 것은 1990년대 말. 석탄 등 자원개발을 위해 정부가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부터다. 대규모 토지 자금이 풀렸고, 돈은 자원·부동산 개발로 다시 몰렸다. 외부 자금이 유입되면서 돈 잔치가 벌어졌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자 위기를 맞기도 했다. 원자재 값 급락으로 많은 기업이 문을 닫아야 했던 때문이다.

 정상적이라면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그러나 시 정부는 은행 자금을 끌어와 사회간접자본(SOC)과 부동산 개발에 돈을 쏟아부었다. 당시 중앙정부가 뿌린 4조 위안(약 700조원)의 경기 부양 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보여준다. 오래가지 못했다. 정부가 2010년 이후 부동산 시장을 죄면서 버블은 꺼졌고, 오르도스에는 유령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오르도스뿐만 아니다. 구이양(貴陽)·잉커우(營口)·창저우(常州)·허비(鶴壁) 등 중국 전역에는 지금 유령도시가 깔려 있다. 무리한 투자로 입주자를 찾지 못했거나 부채를 이기지 못해 공사가 중단된 경우다. 중국 2500개 각급 지자체 중 자체 부채 상환 능력이 있는 곳은 54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중국 언론은 이를 ‘시장(市長)경제’의 후유증이라고 말한다. 정치 실적(政積)을 노린 지방정부 지도자(‘시장’)들의 무리한 개발 투자가 버블을 키웠고, 결국 국가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30여 년 10% 안팎의 경제 성장을 가능케 했던 지방정부의 ‘묻지마 식 투자’가 한계에 달한 것이다.

 어찌 남의 일이겠는가. 우리나라 역시 성남시가 부채를 이기지 못해 모라토리엄(지불 유예)을 선언했고, 인천시는 한때 공무원 급여를 주지 못할 정도로 재정 상황이 악화됐다. 모두 현실을 무시한 억지 정책이 부른 참사다.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부채 100조원(산하 공사 포함) 시대다. “오르도스 사례는 시장(市長)이 결코 시장(市場)을 이길 수 없음을 보여준다”는 중국 TV 앵커의 말이 그래서 더 절실히 들린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