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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세빛둥둥섬의 잃어버린 2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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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안효성
사회부문 기자

세빛둥둥섬은 “한강에 자유의 여신상3과 같은 관광 명소를 만들자”는 한 시민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를 채택했다. 하지만 2011년 9월 1390억원을 들여 준공된 세빛둥둥섬은 2년 넘게 운영되지 못한 채 대표적인 세금 낭비 사례로 꼽히게 됐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사업의 졸속 추진이다.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민자 유치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사업 추진 전 수행한 용역조사에서 산출된 비용편익비율은 1.03이었다. 잘해 봐야 본전인 수준이었다. 그마저도 매년 롯데월드 수준인 6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가정했을 경우다. 이처럼 수익성이 없는 사업에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이다 보니 계약에서부터 무리수가 판쳤다. 사업자 잘못으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에도 서울시가 해지지급금을 1061억원이나 지급하도록 계약을 맺었다. 세빛둥둥섬 같은 민간 상업시설에 투자할 수 없는 SH공사는 사업에 참여하라는 서울시장의 한마디에 128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의 책임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원순 현 시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만은 않다. ‘전임 시장 지우기’ 논란이 그것이다. 박 시장은 취임 후 전임 시장이 추진하던 사업 대부분을 중지시켰다. 사업성과 추진 과정을 꼼꼼히 살펴 필요 여부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이유였다. 세빛둥둥섬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서울시에선 자체 감사를 실시했고 총체적 부실 사업으로 결론 내렸다. 책임 소재를 밝히는 데 집중하다 보니 활용 방법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레 뒷전으로 밀렸다. 오 전 시장 지우기 논란이 커지며 정치적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오 전 시장은 “세빛둥둥섬의 미래가치를 고민하기보다 애물단지로 몰아가 완성된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지 않는 현직 시장의 고도 정치 행위”라고 반박했다. 자연스레 세빛둥둥섬의 정상화 시점도 뒤로 밀렸다. 해법은 더욱 꼬이기만 했다.

 지난 12일, 결국 서울시는 시행사인 플로섬 측과 운영 정상화에 합의했다. 운영이 중단된 지 2년여 만이다. 박 시장은 합의조인식에서 “세빛둥둥섬이 서울의 대표 명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주장했던 세빛둥둥섬 바로잡기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무상 임대 기간만 30년에서 20년으로 줄어들었을 뿐 나머지 사항은 대동소이하다. 나머지 불공정 계약은 앞으로 차차 바꿔 나가겠다고 했다. 계약 사항을 시정하기 위해 끌었던 1년간의 시간이 무색해지는 설명이다. 어차피 이 정도 결론이 날 것 같았으면 운영 정상화를 서둘러 세빛둥둥섬을 시민들 품에 좀 더 일찍 돌려줄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안효성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