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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 왕정치 역사 넘고 … 57호, 이승엽 기록 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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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의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15일 일본 도쿄 진구구장에서 열린 한신전 1회 시즌 56호 홈런을 때려 49년 만에 일본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발렌틴은 3회 연타석 홈런이자 시즌 57호 홈런을 기록, 이승엽이 2003년 삼성 소속으로 세운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56개) 기록도 깼다. [도쿄 AP=뉴시스]

일본 프로야구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 외국인 타자에 의해 깨졌다. 야쿠르트의 블라디미르 발렌틴(29·네덜란드)이 새 역사를 썼다.

 발렌틴은 15일 도쿄 진구구장에서 열린 한신과의 홈 경기에서 56호 홈런을 때렸다. 요미우리에서 뛰던 오 사다하루(73·왕정치)가 1964년 작성한 최다 홈런 기록(55개)을 49년 만에 갈아치웠다. 그동안 2001년 터피 로즈(긴테쓰), 2002년 알렉스 카브레라(세이부)가 56호 홈런에 도전했으나 ‘외국인 타자에게 신기록을 내줄 수 없다’는 일본 투수들의 집중 견제에 막혀 타이에 그쳤다.

 발렌틴은 이날 1-0으로 앞선 1회 말 3-0으로 달아나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2볼1스트라이크에서 한신 선발 에노키다 다이키가 던진 시속 137㎞ 바깥쪽 직구를 받아쳐 진구구장 왼쪽 담장을 넘겼다. 그는 3회 말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57호 홈런까지 쏴올려 홈 구장을 더욱 달아오르게 했다. 이 한 방으로 삼성 이승엽이 2003년 세운 한국 프로야구 및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56개)도 넘어섰다.

 지난 11일 히로시마전에서 55호 홈런을 때린 발렌틴은 4경기 만에 홈런 두 방을 추가해 일본 프로야구를 넘어 아시아 홈런왕에 올랐다. 연타석 홈런을 친 그는 삼진·볼넷·뜬공을 기록해 4타수 2안타로 경기를 마쳤다. 야쿠르트가 9-0으로 대승했다.

 카리브해에 위치한 네덜란드령 퀴라소섬 출신인 발렌틴은 2007년부터 메이저리그 시애틀과 신시내티에서 세 시즌을 뛰고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실패한 메이저리거’로 2011년 야쿠르트에 입단한 그는 타고난 힘에 일본식 세기를 접목해 다시 태어났다. 2011, 2012년 연속 센트럴리그 홈런왕에 올라 거포로 인정받았다.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네덜란드 대표로 나서 4강 진출을 이끌기도 했다.

 56호 홈런을 치고 기념판을 높이 들어올린 발렌틴은 “어떤 구질의 공을 친 건지 모를 정도로 흥분된다. 55호 홈런이 나온 뒤 침묵이 길게 느껴졌지만 관중이 꽉 찬 홈구장에서 홈런 신기록을 세울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야쿠르트는 정규시즌 18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자신이 갖고 있던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내준 오 사다하루는 “거의 2경기에 1홈런이라니 경이적인 페이스다. 홈런 숫자가 어디까지 가는지 팬과 함께 즐기고 싶다”고 발렌틴의 기록 경신을 축하했다. 발렌틴은 60홈런을 넘기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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