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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세돌, 반 집으로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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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결승 3국>○·구리 9단 ●·이세돌 9단

제15보(177~200)=바둑판 위에 한 집 이하는 없지요. 그러나 끝내기는 1/4집 내기도 있고 1/8집 내기도 있습니다. 같은 한 집이라도 권리가 몇%냐에 따라 이런 계산이 나옵니다. 지금 바둑은 그런 걸 따져야 하는 시점이지요. 구리 9단은 애통한 심정일 겁니다. 몇 집씩 후하게 날려버린 대목들을 떠올리며 속으로 탄식하겠지요.

 184~188이 컸습니다만 이세돌 9단도 마지막 큰 끝내기인 189를 차지하는군요. 이어서 193~195도 선수입니다. 드디어 ‘흑 반집승’이란 계산서가 나옵니다. 중앙에 아직 약간의 변화가 남았지만 그래도 흑 반집승이 거의 확정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곧이어 등장한 197 때문에 하마터면 공든 탑이 무너질 뻔했습니다. 이곳은 ‘참고도’ 흑1로 막으면 백2로 연결하는 곳입니다. 추후 끝내기는 백A, 흑B로 되겠지요. 실전은 200까지 됐는데 여기서 197이 악수라는 의견이 등장한 겁니다.

 분명 악수인 건 맞지만 신기하게도 손해는 아니었습니다. 백C로 몰면 이 한점을 살릴 수는 없지만 흑도 D로 받아 ‘참고도’보다 한 집이 늘어납니다. 결과는 같다는 거지요. 이게 이세돌 9단의 이날 운세였습니다. 이 판은 270수에 종국해 계산하니 정말 흑의 반 집 승이었습니다. 결승1국=반 집 승, 2국=만방 패배, 3국=반 집 승. 토털 ‘1집’으로 이세돌은 우승컵과 3억원의 상금을 차지했습니다. 눈물 한 방울 같은 1집이었습니다. 결승전 3일 연속 아침을 굶은 이세돌의 투혼에 박수를 보냅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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