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죄

중앙일보

입력 1970.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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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옛날에 인도의 임금이 코까리를 한마리 기르고 있었다. 그 코끼리는 매우 힘이 셌다. 전쟁 때에는 제일 앞장서서 적을 물리치고, 또 죄인들은 이 코끼리에 밟혀 죽기도 했다. 어느 날 화재로 코끼리의 집이 불타버렸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코끼리를 옮겼다. 그런데 그 근처에는 절이 있어서 스님이 언제나 독경을 하고 있었다.
코끼리는 아침 저녁으로 불경을 듣는 사이에 어느덧 너그럽고 부드러운 성질을 갖게 되었다.
어느 날 처형해야할 대 죄인이 여러 명 생겼다. 그래서 종전처럼 코끼리에게 밟혀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코끼리는 그저 코끝으로 죄인들의 냄새만 맡을 뿐 죽일 염도 하지 않았다.
당황한 임금이 재상에게 영문을 물었다. 재상은 코끼리의 집 근처에 절이 있어, 아침 저녁으로 독경하는 소리를 듣는 동안에 달라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러니 이번에는 도살장 근처에 코끼리 집을 옮겨보면 어떻겠느냐고 진언했다.
그럴듯하게 여긴 임금은 코끼리 우리를 도살장 근처로 옮겨 놓았다. 매일같이 죽이고, 자르고 하는 잔인한 모습을 보는 동안에 그 코끼리는 다시 이전처럼 잔학한 성질을 되찾게 되었다.
「부법장인연전」이라는 불서에 있는 우화이다.
23일 밤 서울시내에서 16세 소년이 「택시」 운전사를 칼로 찔렀다. 그는 잡히자 007영화를 흉내내려고 택시 강도를 해봤다고 말했다고 한다.
분명히 이 소년의 경우, 호기심이 선악의 관념보다 강했다. 선악의 기준이 혼란되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소년은 007영화에서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어쩌면 007영화 한 두편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네 소년들은 도살장 가까이 살고 있는 코끼리나 마찬가지인 것만 같기 때문이다.
코끼리를 감동시킨 독경을 대신할 만한 것이 우리네 소년들의 근처에서는 손쉽게 찾아낼 수 없는 것도 큰 문젯거리이다.
어쩌면 소년들이 도살장근처에 더 가까이 접근하도록 작용하고있는 힘이 우리네 풍토 속에는 있는 것이나 아닐까.
어린이들은 어른들을 본뜨기 마련이다. 16세 소년이…하고 혀를 차는 것만으로 그칠 수 있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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