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六壬연구가 이춘형의 2002 대선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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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의 한 분야인 六壬 연구가 이춘형 씨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대선운을 공개했다. 그는 태상운을 얻은 후보의 대권 가능성을점지했다. 대세력가의 운세인 태상운에 가장 근접한 후보는 이회창 후보. 그러나 불길한 등사의 운이 가시지 않은 이후보 역시 안심하기는 이르다. 청룡운의 노후보, 주작운의 정후보가 완벽한 태상운을 얻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30대 청년 역술가가 예리하게 진단한 2002년 대권 레이스의 종착점….<편집자>

육임(六壬) 연구가 이춘형 씨는 1969년생, 만 33세의 젊은 역술인이다. 그의 고향은 강원도 홍천이다. 그는 그가 태어난 마을 용수리를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용수리 계곡의 맑은 물과 당당한 기상의 산들은 그에게 영감과 용기의 원천이 됐다고 말한다. 용수리가 이씨를 낳아준 대지였다면 외할아버지(고 정현무 씨)는 그의 정신을 일깨워준 최초의 스승이었다는 것이 그의 회고다.

이씨는 외가 쪽으로 격세로 8대에 걸쳐 육임학에 전념한 선조를 두고 있다. 육임의 유래에 대해서는 확실한 설이 없다. 일설에 의하면 그것은 중국 신농황제 이전, 구천현녀(九天玄女)의 3가지 비법으로부터 전해져 내려왔다고 한다.

그 세가지 비법이란 태을(太乙)과 기문(奇門)과 육임이다. 태을은 하늘의 법칙으로 우주원리의 법도를 담고 있으며, 기문은 땅의 기운흐름 법칙을 담아 도참·풍수 관련 사상 등 모든 땅의 법도를 논하며, 육임은 인간사의 모든 인연의 법도를 망라한 것이다. 이씨는 불과 열네 살의 나이에 외조부가 남긴 육임과 각종 역리서를 들고 춘천 매화사에 들어가 공부에 매진했다. 춘천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도 그는 육임에 빠져 3년을 보냈다. 친구들이 입시 공부에 매달려 있을 때 그는 육임책을 옆구리에 끼고 교정을 배회했으니 그는 참으로 별종으로 보였을 것이다.

외할아버지에 얽힌 일화는 무수히 많지만 아직도 용수리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는 일화가 있다. 용수리에는 선녀가 내려와 용의 승천을 도왔다는 둥두바위가 있다. 그 바위 위쪽으로 저수지가 있는데 저수지 바위에는 지금도 거대한 짐승의 발자국과 흡사한 자취가 선연히 남아 있다.

그 둥두바위 바로 밑에서 승천한 용의 발자국이 있는 저수지 방향으로 큰 도로가 생겼는데, 이씨의 외할아버지는 이 신작로 공사를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다. 신작로가 들어서면 용수리 마을에 큰 재앙이 닥친다는 것이었다. 신작로가 용의 기운을 치고 들어오기 때문이라는 뜻에서였다.

공무원들이 외할아버지의 경고를 들었을 리 만무다. 미신에 빠진 촌로의 고집 정도로만 생각했으리라. 그런데 신작로가 개통된 후 마을에는 온갖 흉사가 연이어 일어났다. 멀쩡하던 소가 10여마리씩 쓰러져 죽었고, 40대를 갖 넘긴 장년의 사내들이 갖가지 병으로 시름시름 앓다 죽어 나갔다. 또 불구가 되거나 자살하는 젊은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씩 보따리를 싸 고향을 등지기 시작했다. 60가구에 달했던 마을의 호수가 반으로 줄어들고 초등학교는 분교로 전락했다. 이씨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용수리 사람들은 그 불길한 신작로를 탓하고 할아버지의 예언을 떠올리게 됐다.

그는 고려대 경상대 경영정보학과를 졸업한 학사다. 입학과 동시에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며 잠시 외도한 적이 있었지만, 그는 한시도 육임학의 세계를 잊은 적이 없다. 1학년 여름방학때 계룡산을 찾았던 그는 그의 길이 공인회계사가 아니라 육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갑사에서 금잔디고개까지 걸어가는 동안 그는 외할아버지와 육임의 그 거대한 세계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삼불봉에서는 지는 해를 보게 됐다. 강렬한 불덩이가 잠깐 사이에 사라지고 없었다. 모든 결단은 순간에 이뤄지는 법이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일가를 이루기 전에는 고향에 가지 않으리라…. 그는 그렇게 결심했다.

― 육임이라는 역술의 기본 원리를 설명해 주십시오.
“육임은 보통 사주(四柱)나 명리(命理)와는 다릅니다. 사주도 물론 참고가 되지만 육임은 특히 상담자와 만난 날의 시간 등을 함께 묶어 풀어가는 것이 특이하지요. 특히 달의 월장(月將)이 중요한데 월장이란 지구의 12지지와 합치되는 태양의 12지지를 가리킵니다. 이 12지지에는 각각 12가지의 신장이 붙는데 12신장이야말로 육임의 세계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라 할 수 있습니다.”

― 12신장이라는 것이 결국 개인의 운세, 운명과 관련된 하나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겠군요.
“그렇습니다.
귀인(貴人)·등사(蛇)·주작(朱雀)·육합(六合)·구진(勾陳)·청룡(靑龍)·천공(天空)·백호(白虎)·태상(太常)·현무(玄武)·태음(太陰)·천후(天后) 등이 그것입니다. 육임에는 또한 720신과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갑자일에서 계해일까지는 60일이고 하루는 12시각으로 이뤄졌으므로 모두 720개의 신과가 이뤄지는 겁니다. 12신장과 720신과는 사람의 운명을 감싸안는 ‘육임의 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사의 모든 길흉화복은 이 그물망 안에 들어 있습니다. 육임은 그래서 사술(邪術)이라기보다 ‘물리과학’이고 ‘천문학’이며 ‘우주론적 인식체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술을 과학으로 부르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결국 육임도 역술의 한 분야이며 그것은 근대 이전 시대, 즉 객관적·과학적 사물 인식이 부족할 때 태동한 ‘전근대적 인식론’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을 법합니다.
“전근대의 인식론을 싸잡아 비과학적인 것으로 매도하는 것은 경솔한 일입니다. 나는 육임이 우주의 움직임에 바탕을 둔 ‘생활과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육임은 우선 태양과 지구의 관계(월장)를 먼저 설명하고 지구와 인간, 태양과 인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을 근본 원칙으로 삼습니다.

육임을 과학적이라고 보는 이유는 이 우주의 법칙을 근본 원리로 삼기 때문입니다. 태양의 길(12지지)을 가리키는 황도는 둥근 공 같은 지구의 지표와 만나게 됩니다. 육임은 그 흐름의 운동법칙을 포착해 인간의 운명을 논합니다. 결국 인간세계도 은하계의 한 부분으로, 철저히 은하계의 운동법칙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 현실정치를 역술로 해석한다는 것은 ‘정치적 허무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정치를 정치인의 입신과 출세의 관점에서만 보게 한다는 거죠.

“정치권에서는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늘 회자(膾炙)됩니다. 그러나 저는 이 말을 ‘민심은 생물’이라는 말로 해석합니다. 결국 민심의 변화가 정치인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거죠. 교훈과 윤리의 관점,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는 정치인의 ‘분투와 노력’의 관점에서 그들의 운명을 보려 합니다.

김영삼 대통령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이 분은 ‘태상’의 운세로 최고의 자리에 등극할 수 있는 아주 강하고 좋은 운세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태상의 운세를 타고난 사람들은 대체로 ‘자아도취’의 성향이 강합니다. 따라서 참모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임기 초의 개혁과 숙정 작업,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 등 한때 자신만만했던 국정운영이 참모들의 조언을 무시한 채 오만과 자아도취의 단계로 빠져들면서 결국 참담한 실패를 겪고 말았습니다. 민심은 당연히 대통령과 등지게 됩니다. 그래서 대통령의 운세는 민심, 국가의 명운과 직결됩니다.

대통령의 운세와 민심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국가의 명운을 결정합니다. 현실정치의 ‘역술적 해석’은 이러한 변증법적 관계를 포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민심이라는 변수를 항상 의식하는 한 정치적 허무주의를 조장할 위험은 없다고 봅니다.”

선거철마다 찾아오는 정치인들

―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역술인들을 자주 찾는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어떤 충고를 합니까. 운세만 가지고 선거의 당락을 점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닙니까.

“선거는 운세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선거에서 승리하고 패배하는 사람들의 운세에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공천과 당선을 강렬히 열망했던 A씨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죠. A씨는 태어난 날의 일진이 ‘기미’(己未)였고 만났을 때의 월장은 ‘미’(未)였습니다. 만난 날의 월과 만난 시간, 즉 육임 감정시에 현무(玄武)가 동시에 겹쳐들어 있으니 이는 당선은 고사하고 공천 문제로 인하여 망신당할 조짐이 보였습니다. A씨와 같은 사람이 현무의 운이 겹쳐 들면 관직에 욕심을 부리다 자신이 평생 일궈온 재산을 관(官)에 도적맞는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현무는 도적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A씨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재력가였고 아마 공천을 이미 약속받은 모양이었으며 당선 또한 자신했습니다. 때문에 당선을 확인하기 위해 육임을 보러온 듯했습니다. 그러나 육임의 점괘는 출마 자체를 만류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각자 자신의 갈 길이 있는 법이기 때문이지요. A씨는 결국 한달후, 공천은 물론 당선까지 자신했던 그는 공천 문제에서부터 좌절을 겪었고 더욱이 재력마저 흔들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에게 현무는 중요한 경고를 하였으나 사람의 욕심이 그 경고를 간파할 수 없게 했던 것이지요.”
대부분의 출마자는 이씨의 이런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치인들의 욕심은 실로 엄청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삽니다. 저를 찾는 정치인들 중에는 대개 자신들의 운이 얼마나 좋은가를 듣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지요. 그러나 큰일을 해내고 국가적 대사를 만들어 가는 분들은 좋은 얘기보다 조심해야 하거나 앞으로 흉한 일이 있는가를 먼저 봅니다. 이렇듯 사람은 겸손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늘이 큰일을 맡기고 민심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열리는 것입니다. 겸손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자에게 미래는 행운을 준다고 알고 있습니다.”

― 올해 대선 정치판을 보면 ‘반전의 기회는 찾아오게 마련’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한때 치솟았던 노무현 후보가 급부상했다 급락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노무현 후보는 경진년(2000년)에 청룡의 운세를 얻었습니다. 청룡의 운세를 얻었다는 것은 2002년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후보가 될 수 있는 운을 얻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노후보는 청룡만 가지고 대권을 향한 힘을 꾸려나가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태음의 운세입니다. 태음을 좀 풀어 말하면 ‘드러나 있지 않은 협조자’입니다. 이것이 ‘태양’으로 전화돼야 합니다.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이미 득한 청룡의 운세에 ‘태양’으로 전화한 ‘태음’의 운세가 더해져야 대권의 운세인 ‘태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노무현과 이인제의 악연

태상의 운세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육임의 12신장 중 ‘태상’은 아홉번째에 해당한다. 태상은 길(吉)한 신장(神將)으로 지도자의 꽃이다. 사실 우리나라 정치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때는 모두 태상이었다. 이것이 들면 항상 좋은 일이 일어난다. 특히 선거나 경쟁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있으며 공직이나 직장에 몸담고 있는 사람에게 태상이 왕성하면 승진과 영전의 기쁨이 찾아온다. 태상은 금전운에서도 아주 좋다. 기업인들이 급전을 요할 때 태상이 있으면 자금 융통이 잘돼 쉽게 돈을 구할 수 있다.

태상은 또 문화예술인들에게 창작 의욕을 북돋워주고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도록 도와준다. 예로부터 ‘태상이 동하면 문장의 즐거움이 따른다’고 했다. 또한 태상은 젊은이들에게는 혼인을 의미하므로 여러 모로 좋은 길장이라 할 수 있다. 이씨가 육임으로 풀어본 ‘대권의 운’에는 이 태상의 운이 관건이다. 요컨대 세 후보 중 태상의 운을 완벽히 거머쥐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태상은 육임의 12신장 중 청룡과 천후·주작·육합·태음의 운세를 다 갖추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노후보는 태음, 즉 협조자가 아직 음으로만 존재합니다. 간곡히 기원해서 또는 치열하게 노력해서 음으로만 존재하는 협조자의 도움을 양화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노후보의 입장에서 제3의 정치세력이라 할 수 있는 이한동·김종필·정몽준 등이 청룡의 운세를 타고난 노후보를 중심으로 뭉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입니다. 협조자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노후보가 지닌 태음의 운세가 태양으로 전화되지 못하는 것에는 이인제 씨의 역할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육임으렉?때 이인제 씨는 설기(泄氣:기운을 빼앗아감)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노후보는 이인제 씨에게 기운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지요.

노후보가 경진년에 청룡의 운세를 얻었다는 것은 당의 일치단결된 지지를 얻는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지금 그게 다 깨지고 있지 않습니까. 노후보는 지금 더 고개를 숙이고 일단 숨어 있는 협조자를 밖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국민에게만 고개숙이지 말고 국민이 뽑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때입니다.”

― 노후보가 태음을 태양으로 전화된 운세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노후보는 평범하게 처신해서는 안됩니다. ‘튀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고 자신의 존재를 더 높이 띄우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국민적 의제들을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죠.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편다는 것은 노동자와 똑같은 마인드를 가지는 것과는 다릅니다. 더 높은 곳에서 낮은 차원의 문제를 바라봐야죠. 육임학상의 근거가 있습니다. 노후보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태음의 운세를 태양으로 바꿔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태음이 뭐냐,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바로 ‘평범’ ‘은둔’ ‘비활동성’입니다. 그것을 타파해야죠. 대범한 행보가 필요합니다.”

― 정몽준 후보의 급부상이 두드러집니다. 그가 태상의 운을 거머쥐고 대권 도전에 성공하려면 어떤 조건들이 충족돼야 합니까.

“정후보의 운세는 주작입니다. 그가 태상을 얻으려면 육합의 운세를 얻어야 합니다.”

육임에서 주작은 바람을 일으키는 신이다. ‘초풍신’이라고도 한다. 태풍 같은 것과 연관이 있다. 월드컵 성공 이후 태풍과 같은 기세로 치고 올라온 정후보의 이미지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주작의 힘을 크게 받으면 진급·승진·시험·결혼·부동산 투자 등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농사나 문서상의 계약 등에 주작의 힘이 작용한다. 그러나 주작의 운세가 나쁘게 작용하면 사고와 구설, 금전적 손실, 질병 등이 생긴다. 주작의 운세가 나라에 들면 전염병이 돈다. 태풍처럼 치고 올라온 정후보가 태상의 운세를 얻으려면 육합이라는 운세의 도움이 필요하다. 육합은 무엇일까.

“정후보는 삼합을 이미 얻고 있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삼합은 ‘부분적인 지지’를 의미합니다. 상대방 두 후보를 압도하기 위해서는 육합을 얻어야 해요. ‘고른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육합은 삼합의 2배라는 양적 차원의 개념이 아니죠. 삼합에서 질적 비약을 이뤄야 육합이 됩니다. 지금 여론조사 결과만 보고 낙관적 무드에 빠져서는 안됩니다.”

정몽준, 여성계 자극하면 위험

육임에서 육합은 ‘결합’과 ‘합심’을 의미한다. 이 운세가 들면 사물이 무리를 이뤄 증가하고 사람은 진급과 승진을 이루게 된다. 육합이 타격을 받으면 계약은 파기된다. 육합이 사지에 떨어지면 사람은 죽는다. 육합이 든 사람은 공직이나 선거에 나가 능히 당선된다. 집을 나간 사람이 돌아오고 헤어졌던 사람과 마음을 합친다. 지연되었던 거래의 매매가 수월하게 이뤄진다. 예컨대 남북한이 평화적 통일을 이루려면 국운에 육합이 3개가 들어야 하는데 그런 일은 보통 40~50년 만에 한 번씩 이뤄질 뿐이다.

― 육합을 얻어 태상을 이루는 과정에서 정후보가 겪을 수 있는 곤란과 시련이 있다면….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는 정후보는 오히려 여성계의 움직임에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성들을 자극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삼가야 한다는 것이죠. 스캔들을 조심하라는 등의 속된 뜻은 아닙니다. 다만 여성들의 일반적 정서에 반하는 발언이나 행동이 대권가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육임학상 근거는 이렇습니다. 정의원에게 필요한 육합은 천후(天后)의 기운을 필요로 합니다. 12신장에서 ‘천후’는 부드럽고 자상한 어머니, 즉 여성을 의미합니다. 천후가 있어야 육합이 생기를 얻고 활동할 수 있지만 천후는 종종 육합을 잡아먹기도 합니다. 천후를 잘못 건드리면 육합을 얻을 수 없고, 육합을 얻지 못하면 태상에 이를 수 없습니다. 정후보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안입니다.“

― 이회창 후보는 병역비리 의혹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여론조사에서는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후보의 대권운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이후보는 이사를 참 잘했어요. 빌라 문제 자체로 타격을 입었지만 그것이 새옹지마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8월경 병역비리 문제가 터진 것도 이후보 입장에서는 다행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터졌다면 심대한 타격을 입었을 것입니다.

이후보는 이미 태상의 운을 얻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신변의 위협을 의미하는 등사의 기운이 완전히 빠지지 않았습니다. 신변 경호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는 얘기지요. 그러나 등사가 없어지기 시작한 것이 이미 지난해 10월부터이니 완전 소멸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사한 옥인동 집은 백호의 지형입니다. 대권을 꿈꾸는 사람은 당연히 청룡의 자리에 집터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후보의 집은 백호의 지형입니다. 상식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이사였지만 자세히 보면 묘한 태상지(太常地)입니다.

지금 옥인동 집은 백호가 태상을 품고 보호하는 형국입니다. 백호도 태상 앞에서는 기운을 펴지 못합니다. 태상지로 집을 옮겼기 때문에 이후보의 향후 행보에 끼어들 ‘불순물’은 제거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등사의 운이 아직 빠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후보는 그런 점에서 남은 시간 동안 경호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우그룹 몰락 예언

이씨는 지난 1997년 출판한 자신의 저서 ‘대예언’에서 몇 가지 굵직한 예언을 적중시킨 바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실현, 1998년 3대 그룹 중 한 곳의 몰락(이는 대우그룹의 부도로 현실화됐다), 일본 경제의 침체, 2000년 미 대통령 선거 결과 등을 정확히 예언했다. 그는 육임학을 ‘무한히 변화, 생성, 발전하는 인간 운명의 포착’으로 정의한다. 그는 어린 시절 육임학의 전수자인 외할아버지가 천자문을 가르치며 했던 말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춘형아, 저기 저 산이 눈에 보이느냐? 저것을 산으로만 보지 말아라. 낮에는 온갖 단풍으로 고운 색깔을 하고 있지만 밤의 산은 시커멓게만 보이지 않느냐. 그렇다면 어떤 것이 진짜 산이냐. 산은 검으냐, 아니면 붉으냐.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변하고 또 없어진다. 세상은 매일 변하여 그 변함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 그 이치를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짜 공부다. 이제 너는 그 공부를 해야 한다.”

그가 외할아버지의 이 말을 진실로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한참 후의 일이다. 그러나 ‘눈으로 보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사물을 보는 관점을 바꾸면 사물의 실체도 달라진다’던 당시 외할아버지의 말씀은 육임학 인생의 자양분으로 자리잡았다.

“태양을 중심으로 보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지만, 지구를 중심으로 보면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게 되는 법입니다. 현대과학의 객관성과 엄밀성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러나 그 모든 엄밀함과 객관성도 결국 인간의 관점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객관이라는 것은 주관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합니다. 서구의 과학이 갖는 한계, 그 오만함의 본질을 나는 일찍이 외할아버지로부터 배운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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