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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전 대통령 가족, 연희동 집에 큰 애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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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중앙포토]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밀린 추징금을 모두 납부키로 결정하면서도 검찰 측에 봐달라고 하는 재산이 있다. 바로 전 전 대통령 부부가 현재 살고 있는 연희동 자택이다. 이곳은 본채(818㎡)와 별채(312㎡), 정원(453㎡) 등 총 3개 필지로 분할돼 있다. 이 중 본채는 1969년 이순자 여사가 구입했다. 전 전 대통령이 육군참모총장 수석부관을 지낼 때였다. 별채 역시 전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87년 이 여사 명의로 사들였다. 95년 12월 전 전 대통령이 내란죄로 소환통보를 받자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가면서 자택 앞 골목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연희동 자택은 전두환 정권의 아이콘이 돼버렸다. 평가액은 40억원 정도다. 내란죄 확정판결로 그에 대한 경호는 사라졌지만 이 집 주변을 경비하기 위해 경찰은 연간 8억원이 넘는 돈을 쓰고 있다.

 추징금 납부를 미루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비난여론이 커질 때마다 연희동 자택은 검찰의 표적이 됐다. 2003년 검찰은 추징시효를 늘리기 위해 이 집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가재도구 일부를 압류했다. 또 별채 구입자금도 비자금이라고 판단해 강제경매로 처분했다. 하지만 처남 이창석씨가 감정가 7억6500만원의 두 배인 16억4800만원에 낙찰받았고, 이씨는 다시 삼남 재만씨 부인 이윤혜씨에게 넘겼다. 이 때문에 전 전 대통령 부부는 소유권이 없음에도 계속 연희동 자택에서 살고 있다.

 이번 수사가 시작된 뒤 검찰은 지난달 27일 정원 부지를 압류했다. 이 땅은 82년 장남 재국씨 명의로 매입했지만 99년 전 전 대통령의 비서관인 이택수씨 소유로 명의가 변경됐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이 이씨에게 이 땅을 차명으로 맡겼다고 판단했다. 추징금 환수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도 가족이나 측근 명의로 소유권을 유지할 만큼 이 집에 대한 전 전 대통령의 애착은 크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 측은 일단 연희동 자택도 국가에 내놓기로 했다. 자녀들이 추렴키로 한 추징금 액수가 부족할 경우에 대비하고 진행되고 있는 수사에서 선처를 바라기 위한 포석이다. 그러나 조건이 달렸다. 소유권은 넘기되 전 전 대통령 내외가 여생을 이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검찰로서는 부담이다. 추징액이 부족할 경우 범죄수익과 관련 있는 별채나 정원을 팔라는 여론이 들끓을 테고, 반면에 동정론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전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이 요구를 받아주지 않으면 집을 헌납하고 합천으로 낙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8년 전 골목성명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이 경우 그동안 ‘전액 환수’를 외쳐 온 검찰도 정치적 부담을 질 수 있어 적절한 타협점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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