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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본 너무 몰아붙이지 않았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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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의 지도자들 가운데 과거의 잘못을 받아들이지 않고 주변국의 감정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하지만 한국인들도 일본을 너무 심하게 몰아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도 나라가 커졌으니 좀 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일본의 대표적 지한파(知韓派) 언론인인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65·사진) 전 아사히신문 주필이 오피니언 리더부터 평범한 소시민들까지 각계각층의 한국인들과 두루 어울려 본 끝에 내린 진단이다. 그는 3월 한국에 와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석좌교수이자 고급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인 동시에, 변함없이 한·일 관계에 대한 성찰을 칼럼으로 담아내는 언론인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한국이 중국과 급속히 가까워지고 일본과 이토록 사이가 나빠진 것은 과거에 보지 못하던 현상”이라고 말했다. 날이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위상과 한·일 간 역사인식 차이 등이 원인이지만, 일본에 대한 한국의 ‘오해’도 그 배경에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일본 보수 정치인들이 우편향을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한국인들은 이를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것과 동일시한다. 집단적 자위권 추진 등 우편향 정책과 군국주의 회귀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다. 일본 사회는 결코 군국주의로는 되돌아갈 수 없다. 무엇보다 일본 국민이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이 우려하는 헌법 개정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또 “일본의 세대가 바뀌면서, 과거사에 대해 사죄하고 반성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하는 데 대해선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너무 집요하게 요구하면 상대방도 받아들이기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는 게 아니냐”고 덧붙였다.

 2002년 월드컵의 한·일 공동개최를 제안하는 사설을 처음 썼던 장본인인 그는 이번에 또 다른 제안을 내놓았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과 2년 후 도쿄 여름올림픽을 보러 이 지역에 올 텐데, 그때 한 나라만 보고 그냥 가게 하지 말고 두 나라를 묶어서 보게 하자. 그런 실질적 협력이 한·일 관계를 더 발전시킬 것이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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