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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세상&] 봉숭아 꽃톱에 물들였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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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어린 시절 여름 밤이면 머리맡에서 어머니께서 손가락에 봉숭아물을 들여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은 문방구에서 쉽게 봉숭아 물들이기 가루를 구할 수가 있고 색깔도 더 진하게 잘 드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자연에서 얻은 꽃으로 물을 들이는 정서는 느낄 수가 없지요. 여름방학이 끝날 즈음 자연마당에는 여기저기 봉숭아꽃이 활짝펴 자연 어린이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관찰도 하고 냄새도 맡아보고 꽃과 잎을 따서 교실로 들어옵니다. 봉숭아 꽃을 비닐에 넣고 블록으로 콩콩콩 빻아 손톱에 물들이기를 하지요. “선생님 저는 새끼손가락에 들여 주세요. 저는 두 손가락이요.” 답답할 텐데 집에 갈 때까지 혹은 집에 가서 풀겠다고 손가락에 봉숭아를 묶고 가는 모습이 귀엽고 예쁩니다. 다음 날 “선생님 여기 보세요. 손톱이 빨개졌어요.” 라고 외치며 아침을 여는 아이들!

각 반별 텃밭에서 올망졸망 방울토마토를 따서 좋아하지는 않지만 우리 텃밭 토마토는 맛있다고 먹는 아이들의 모습, 오이를 수확해 오이무침 반찬도 해 먹고 휴식 시간에 서로 친구의 얼굴에 마사지해 주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이 모두가 자연이 아이들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자연유치원 최영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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