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대학생 칼럼

박카스, 그리고 여성노인의 일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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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오경영
서울교육대 수학교육과 3학년

어느 늦은 오후 계단 한쪽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시간을 죽이고 있다. 외롭고 적적해 보이는 그에게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음료를 건넨다. “어이, 영감. 박카스 한 병 하실라우?” 그가 무기력한 눈을 올려 뜨며 음료를 받자 옆에 앉은 그녀는 나직이 말한다. “나는 만원이면 되는데….”

 이 의문의 장면은 며칠 전 종로3가역에서 내가 목격한 성매매 현장이다. 충격은 그것의 노골적임보다 ‘노년’의 성매매라는 점에서 더 컸다. 이어 그녀들이 활동하는 장소와 건네는 음료에 따라 지하철역 박카스 아줌마, 등산로 매실 아줌마, 시장 뒷골목 막걸리 아줌마 등으로 지칭되며 노인 밀집지역마다 ‘○○ 아줌마’ 담당 경찰이 있다는 사실에 난 그저 “설마, 말도 안 돼”만 뇌까렸다.

 한데 충격에 이어 먹먹한 마음이 드는 건 왜였을까. 한편으론 죄책감 비슷한 찝찝한 감정도 생겼다. 그리고 한참의 고민 끝에 나는 조심스럽게 이야기해 본다. 성을 사고판다는 것은 그 자체로 벌 받아 마땅하나 노년의 성매매는 단순 성매매와 다르게 ‘왜 그랬을까’가 아닌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식의 접근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그녀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매춘부처럼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어 풍족하게 살고자, 노력 없이 쉽게 살고 싶어 자신들을 상품으로 내놓은 것이 아니다. 몸값이라 불리는 그들의 수당은 5000원에서 많아 봤자 2만원으로, 노년의 성매매는 생계라는 절실한 이유를 갖는다. 혹자는 “생계형 성매매라면 나이를 막론하고 그 죄가 묽어져도 되는 것이냐”고 반박할 것이다. 하지만 젊은 그녀들에겐 다른 노동의 선택 기회가 있었고 늙은 그녀들에겐 그렇지 않았다.

 청년 취업난에 밀려 노인 일자리 문제는 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져 간다. 아르바이트조차 나이 제한이 있는 현실에서 노인, 특히 여성노인이 자립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경비할아버지는 있어도 경비할머니는 없으며, 폐지 모으는 일 역시 여성노인의 노동량으론 하루 5000원 벌기도 힘들어 생계 유지 수단이 될 수 없다.

 그녀들의 박카스, 오늘의 나를 버려야만 내일을 살 수 있는 그녀들이 선택한 최후가 아니었을까. 설사 오해할까 싶어 짚고 넘어가건대, 나는 지금 그녀들을 관대하게 바라보자는 게 아니다. 단지 누군가 벌하는 것은 그들에게 죄짓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제공한 뒤여야 한다는 말이 하고 싶다.

현재 노인 성매매는 사회 분위기상 미미한 처벌로 끝나기 때문에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분명 피로해소제를 건네며 사회를 피로하게 하는 그녀들에게 강력한 처벌은 마땅하다. 그러나 그 처벌이 합당하기 위해선 노동의 터, 그들의 육체적 한계에 따른 더딘 활동 속도까지 감수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일자리를 제공한 뒤여야 한다.

오경영 서울교육대 수학교육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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