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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2353억 빚내기로 … 무상보육 대란 피했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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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시가 무상보육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겠다고 5일 밝혔다. ‘무상보육 추경은 없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대신 서울시는 내년 무상보육 예산을 현재 시의 분담률 80%에서 대폭 낮춘 60%를 기준으로 짜겠다는 입장이다. 무상보육에 대한 정부의 부담을 높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무상보육 예산을 둘러싼 서울시와 정부·여당의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들 무상보육을 위해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하겠다”며 “1000만 서울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서울시장으로서 대승적 차원에서 힘겨운 결단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방채 발행을 통해 추경을 편성할 방침이다. 지방채 규모는 최대 2353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무상보육 예산 부족분은 3708억원. 시는 추경과 정부로부터 지급받을 목적예비비(1355억원)로 모자라는 무상보육 예산을 충당할 계획이다. 당장 이번 달 10일로 다가온 보육료(638억원)는 정부 지원금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날 서울시에서 보육예산을 추경편성함에 따라 약속대로 즉각 중앙정부 예산을 지원키로 했다. 정부는 올해 6월 예산 지원 조건으로 지자체가 무상보육 추경예산을 편성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이를 거부해 왔다.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갈등이 증폭된 건 지난 6월. 박 시장은 같은 달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지방비 추가 투입은 더 이상 힘들다”며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조건으로 국비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은 갑(정부)의 을(지자체)에 대한 횡포”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박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등과 30분간 설전을 주고받았다.

 정치권도 무상보육 논란에 가세했다. 지난달 17일 서울시가 지하철·버스 등에서 “대통령님 통 큰 결단”이라는 시민 대상 홍보를 진행하면부터다. 새누리당은 지난달 23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무상보육 광고는 박원순 시장의 재선을 위한 사전 선거운동”이라며 박 시장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이에 선관위는 이번 달 2일 “이 광고는 영·유아 무상보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과 국회의 관련 법률 개정을 촉구하는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라며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박 시장의 추경 결정에 대해 “국민과 서울시민을 상대로 한 기만극”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무상보육 책임을 대통령과 정부에 떠넘기고 국회에 계류 중인 영·유아보육법이 통과되지 않은 책임을 운운하다 고작 빚을 내서 무상보육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냐”며 반문했다. 기획재정부 이석준 제2차관도 이날 “서울시장님의 보육비 주장은 사실과 달라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이날 오후 3시30분쯤 예고 없이 세종로 서울청사 기자실에 들러 “규정상으로는 서울시와 정부가 무상보육 재원을 8대2로 분담하게 돼 있으나 강남구 등 4개 구를 빼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서울시내 21개 구에 대한 추가 지원을 포함하면 서울시 전체에 대해서는 이미 정부 지원 비율이 42%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강기헌·손국희 기자, 세종=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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