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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없다던 서울시, 박원순 지지한 민노총 15억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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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시가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올해 연말까지 사업비 15억원을 지원한다. 서울시가 민주노총에 예산을 지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업비 1억원은 지난달 말 이미 지급됐다. 이를 두고 특정 단체에 대한 선심성 예산 편성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선거를 8개월 앞두고 있어서다. 민노총은 2011년 선거 당시 박원순 시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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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는 지난달 ‘2013년 노동단체(민주노총) 사업비 지원계획 통보’라는 공문을 민주노총 서울본부에 발송했다. 공문에는 ▶취약근로자 지원사업 확대를 통한 노동복지 증진 ▶합리적인 노동조합 활동지원으로 근로조건 개선 ▶노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 등의 사업계획이 담겼다. 사업비는 저소득노동자자녀장학사업(10억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민노총 서울본부는 지난 7월 운영위원회를 열고 서울시 예산을 지원받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민노총 서울본부는 거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예산 지원을 받기로 결정하는 데 수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것에 대해 민노총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무금융연맹·사무연대노동조합 등은 지난달 7일 성명서를 통해 “서울본부의 (사업비 수령) 계획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결정 및 그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기에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노총 서울본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운영위원회가 열린 지난 7월을 전후로 게시글 20여 개가 등록됐다. 주로 집행부를 비난하는 내용이다. 아이디 새롬이는 “7월 17일 민주노총 서울본부 운영위원회가 비정규노동센터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민주노조 운동이 그동안 견지해 왔던 자본과 국가로부터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서울시는 예산 지원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 근거로 양대 노총에 대한 형평성을 이유로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국노총에 대해서는 90년대 중반부터 사업비를 지원해 오고 있다”며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노총 중 하나이므로 형평성 차원에서 예산 지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95년 처음으로 노동조합에 사업비를 지원했다. 민선 1기 시장인 조순 전 시장이 취임한 해다. 당시엔 예산 규모는 크지 않았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연 2억~3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다 오세훈 전 시장이 취임한 이듬해인 2007년, 사업비 지원이 16억원대로 확 늘었다. 한국노총 근로자자녀 장학금(10억원)이 포함되면서 껑충 뛴 것이다. 지난해 20억원 수준이던 사업비 예산은 민노총에 대한 지원금이 들어오면서 올해 35억600만원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시민단체나 노조 등 특정 단체에 대한 관행적인 예산 지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은 “조례에 근거하지 않고 일부 특정 단체들에 대해 시민들의 세금으로 이뤄진 예산을 지원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시가 예산 부족을 호소하면서도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따지지 않고 매년 사업비를 지원하고 있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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