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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베트남과 더 가까워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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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박 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석좌교수
아시아미래연구원 상임대표

베트남은 1억 명 가까운 인구의 거의 절반이 만25세 이하인 젊은 나라다. 중국과 아세안으로 통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사회주의국가 건설을 내세우면서도 1986년 도이모이(쇄신) 정책으로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사유재산권도 인정했다. 유교문화의 가치를 지키고 경제발전에 필요한 외자유치를 위해 문호를 개방하고 전방위 외교를 펼친다. 한마디로 실용의 나라다.

 이는 대외관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약 20년간 전쟁을 치른 미국과는 빌 클린턴 대통령 때 경제제재 해제와 관계정상화를 통해 과거를 청산했다. 이젠 무역·투자가 활발할 뿐 아니라 전략·군사 대화도 한다. 미국은 베트남의 최대 수출시장이며 베트남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참여 중이다. 베트남은 79년 캄보디아 침공 문제로 중국과 전쟁을 치르고 외교관계가 12년간 단절됐지만 최근 전면적·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를 수립하는 등 관계를 회복했다.

 베트남전 당시 총 31만여 명을 파병했던 한국과의 관계는 더욱 실용적이다. 92년 말 수교하면서 베트남은 “과거를 묻어두고 미래지향적 관계발전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국과 합의했다. 지리적으로는 동남아, 문화적으로는 동북아의 특성을 가진 베트남은 한국을 ‘쌍둥이 국가’로 본다. 응우옌쑤언탕 베트남 사회과학원장은 지난해 8월 수교 20주년 기념 한·베트남 미래포럼에서 “두 나라는 농경문화 전통·생활풍습이 있고 외침을 물리치며 독립을 지켜왔고 다른 문화의 장점을 받아들여 문화발전을 이뤘다”고 닮은 점을 지적했다.

 베트남은 태국과 더불어 동남아 한류의 진원지다. 한국 TV 드라마가 전체 TV프로그램의 10%를 차지하고 2AM·씨엔블루·애프터스쿨·빅뱅·이효리 등 한국 가수 이름을 모르는 젊은이가 없을 정도다. 한국어 전공 대학생이 2600명, 이주 근로자가 5만3000명, 결혼이주여성이 4만 명을 각각 넘는다. 두 나라는 이제 피를 나눈 사돈의 나라다.

 박근혜 대통령의 7~11일 베트남 방문은 양국 간 이미 합의된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가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 첫째가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다. 양국 교역규모는 지난 21년간 40배 이상으로 늘었고 베트남은 한국에 동남아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큰 수출시장이 됐다. 한국은 일본·대만·싱가포르에 이어 베트남의 4위 투자국이며 건수로는 3250건으로 1위다. 양국 FTA 체결은 국내총생산(GDP) 증가는 물론 현지 한국 투자기업의 활성화와 베트남의 개혁·개방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둘째는 원자력산업 진출이다. 전력수요 증가로 베트남 정부는 원자력발전 비중을 2025년 6.3%, 2030년 7.9%로 늘리려 한다. 한국의 원전기술은 베트남의 전력생산과 경제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셋째는 베트남 과학기술연구소(V-KIST) 설립 지원이다. 베트남은 2011년 경제사회개발전략을 채택해 2020년까지 선진공업국 건설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진흥을 노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 응우옌떤중 총리의 국빈 방한 시 베트남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설립 지원을 요청했다. 이번 기회에 정부 간 약정(MOU)을 체결해 V-KIST 모델을 베트남에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기존의 주요 투자분야인 제조업·광업·부동산업·건설업·금융·보험업뿐 아니라 정보통신·기후변화·에너지·환경 등 미래성장동력 발전 분야로 베트남과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제2무역 파트너이며 아시아 거대 단일시장인 아세안의 구매력을 활용하고 자원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박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석좌교수
아시아미래연구원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