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세제 혜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는 내년 세법개정안이 고소득자의 기부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본지 보도(9월 4일자 1면)와 관련해 정치권은 “개정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여야가 따로 없었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여주-양평-가평)은 4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번 조치는 이제 갓 싹을 틔우기 시작한 기부문화와 나눔문화를 망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정부안에 따르면 연봉 7000만원 받는 사람이 200만원을 기부할 경우 내년에는 올해보다 18만원 정도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며 “기부는 부자의 사회적 배려를 유도하는 장치인 만큼 반드시 (세법개정안을) 재고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정부의 세법개정안 마련 과정과 방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의원은 “대통령이 세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하니 정부가 깊은 고려 없이 졸속행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세수 확보에만 열을 올리다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경기 안산 상록을)과 원혜영 의원(경기 부천 오정)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세법개정안은 1월 시행한 조특법보다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두 의원은 지난 2월 지정기부금을 소득공제 종합한도에서 제외하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으며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김 의원은 “조특법은 지정기부금을 소득공제 한도에 포함시킨 게 문제였고, 이번 세법개정안은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고소득 기부자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며 “세법개정안은 기부문화의 싹을 자르는 반(反)기부법인 만큼 정기국회에서 검토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세금 몇 백억 걷으려고 고소득 기부자에게 세금 부담을 늘리는 건 전형적인 소탐대실(小貪大失·작은 이익을 취하려다 큰 것을 잃는다는 뜻)이며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 문화를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원 의원도 “농산물 가격 안정에는 직거래가 답인 것처럼, 기부도 직거래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세금 부담을 최소화해야 기부 문화가 살아날 수 있다는 얘기다. 원 의원은 올 1월 부친상 조의금 전액을 기부했다. 원 의원의 부친은 원경선 풀무원농장 원장이다. 2009년에도 모친상 조의금 1억원을 구호단체에 내놓았다. 원 의원은 “조특법·세법개정안은 고액기부 확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모든 소득 구간에서 조특법이 시행되기 이전(2012년을 지칭)보다 세제 혜택이 줄어들지 않도록 조특법·세법개정안의 독소조항을 고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선임기자, 김동호·신준봉·이정봉·김혜미·이서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