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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골, 홍명보 '동네 득점왕' 된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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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홍명보 감독(뒷줄 가운데)과 대표팀 스태프들이 3일 경기에 앞서 촬영을 하고 있다. [파주=김정용 기자]

한국 최고 축구선수들이 훈련하는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한바탕 ‘동네 축구’가 벌어졌다. ‘동네 득점왕’은 홍명보(44) 감독이었다.

 지난 3일 오후, 대표팀 선수들이 외출을 허락받고 떠난 NFC 훈련장에 대표팀 스태프들이 모여들었다. 친목을 다지기 위한 자체 친선경기를 위해서였다. 홍 감독을 비롯해 김태영 코치·김봉수 골키퍼 코치 등 5명이 ‘코칭스태프팀’으로 뭉쳤다. 이에 맞선 ‘지원스태프팀’은 홍보팀·지원팀 등 대한축구협회 직원 8명으로 구성돼 인해전술을 시도했다.

 홍 감독은 시작 전부터 “오늘 지는 팀은 보직 다 바꿀 거야!”라고 엄포를 놓으며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코칭스태프팀 골키퍼를 맡은 황인우 트레이너가 1m60㎝ 단신인 점이 신경 쓰인 홍 감독은 지원스태프팀 골키퍼도 1m70㎝ 이하여야 한다는 규칙까지 정했다.

 오후 5시 경기가 시작되자 홍 감독의 골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지원스태프팀 골키퍼가 육탄 방어를 시도하는 등 ‘접대축구’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홍 감독은 득점을 쉬지 않았다. 문전 침투 후 양발로 번갈아 슛을 날렸고, 프리킥도 깔끔하게 차 넣었다. 지원스태프팀이 킥오프 직후 기습 슛으로 한 골을 넣자 곧바로 홍 감독이 같은 방식으로 되갚기도 했다.

 결국 전·후반 각 30분씩 진행된 경기는 홍 감독이 전반 9골·후반 4골을 넣어 총 13골을 득점한 가운데 코칭스태프팀의 20-19 승리로 끝났다. 대표팀이 홍 감독 부임 이후 4경기 1득점(3무1패)의 빈공으로 비판받는 지금, 그는 한풀이라도 하듯 제자들 대신 끝없이 골을 넣으며 동네 축구의 비공식 MVP가 됐다.

파주=김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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