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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축구 친구 …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악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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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이 4일(한국시간) FIFA 본부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축구 교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취리히(스위스) 로이터=뉴스1]

작고 둥근 축구공이 ‘서아시아의 화약고’로 불리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평화의 씨앗을 뿌렸다. 크고 작은 분쟁을 거듭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축구를 통한 파트너십을 만들었다.

 4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 국제축구연맹(FIFA) 본부. 제프 블라터(77) FIFA 회장의 주재로 아비 루존(72) 이스라엘 축구협회장과 지브릴 알라주브(70) 팔레스타인 축구협회장이 만나 악수를 나눴다. 두 회장은 양국 선수 및 지도자·심판·경기용품 등에 관한 교류 방안에 합의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서류에는 ‘양국 축구협회가 서로 협력한다’고만 써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군사적·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축구계를 이스라엘 축구협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두 나라가 축구를 통해 교류를 시작한 건 정치적 화해 무드가 조성된 2000년대 중반부터다. 2005년 열린 수원컵 국제청소년선수권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혼성 연합팀이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양국 연합팀은 2006년에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 연합팀과, 2007년에는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와 친선경기를 가졌다. 하지만 이후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왕래가 끊어졌다.

 양국 축구협회 간 의사소통이 다시 활발해진 건 올해 7월부터다. 블라터 FIFA 회장이 중동 지역 국가들을 순방하던 중 팔레스타인 축구계의 피폐한 상황을 전해 듣고 ‘FIFA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태스크포스(TF)팀’ 창설을 지시한 게 계기가 됐다. FIFA는 ‘이-팔 TF팀’을 다국적군으로 구성했다.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지만 축구 소속단체가 서로 다른 까닭이다. 때문에 이스라엘이 속한 유럽축구연맹(UEFA)과 팔레스타인을 관장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관계자들이 ‘이-팔 TF팀’에 참여했다.

 FIFA가 양국 축구 교류에 대한 청사진을 만드는 동안 UEFA와 AFC는 두 나라 축구협회의 협력을 독려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축구협회는 조만간 요르단에서 다시 만나 실무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FIFA는 협상 결과를 보고서로 정리해 다음달 3일과 4일 열리는 집행위원회에서 다룰 계획이다.

 세계 축구계도 이-팔 지역에 대한 관심이 크다. 지난달 초에는 스페인 명문 클럽 FC 바르셀로나 선수단이 평화 사절 역할을 했다. 두 나라를 잇따라 방문해 텔아비브(이스라엘)와 두라(팔레스타인)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축구 클리닉을 했다. 당시 시몬 페레스(90) 이스라엘 대통령은 “축구는 장벽을 허문다. 축구에는 희생자가 없고 언제나 다음 경기를 향한 희망만 있다”며 감사를 전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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