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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재 오닐과 영국 클래식 향취에 젖어 볼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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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왼쪽)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서울 영국대사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상선 기자]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5)이 영국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다음 달 8일과 9일 각각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과 대전 문화예술의전당에서 협연을 한다. 1989년부터 2000년까지 BBC 심포니를 이끈 영국 클래식 음악계의 거장 지휘자 앤드류 데이비스(69)경과 함께다. 영국 정부로부터 훈장과 기사 작위를 받은 데이비스 경은 BBC 심포니 명예지휘자로 있다.

 용재 오닐은 지난달 26일 이 공연을 후원하는 주한 영국대사관을 찾아 스콧 와이트먼(52) 주한 영국대사와 만났다. 용재 오닐은 “데이비스 경이 지휘하는 음악을 듣고 감명받은 기억이 많다”며 “이번 공연은 저에게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와이트먼 대사는 “BBC 심포니는 매년 여름 한 달 이상 야외음악회를 여는 등 대중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BBC 심포니와 용재 오닐이 한국 관객과 만나는 이번 협연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계 유망주에게 주는 권위있는 상 ‘에이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상’을 받은 용재 오닐은 링컨센터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 단원으로,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국내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앙상블 디토’의 리더로 일반인들에게 클래식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2007년부터 해오고 있다. 7장의 솔로 음반을 비롯, 이제까지 판매된 음반은 14만 장이 넘는다.

 그의 어머니는 발달 장애를 가진 채 미국에 입양된 한국인. 가난했지만 손자를 지극히 사랑한 미국인 외조부모는 용재 오닐에게 비올라를 배우게 했고, 그는 줄리어드 음대에 전액 장학금으로 입학했다. 2008년엔 자신의 이야기를 적은 책 『공감(Ditto)』(2008년)을 펴냈다. ‘클래식계 아이돌’로 불릴 정도로 팬층도 두텁다. 그를 영국 대사관에서 따로 만났다.

 - 영국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데뷔 무대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했다. 비올라 곡은 대부분 영국 작곡가 작품이다.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을 좋아해서 영국의 현대미술 박물관인 테이트모던을 자주 찾는다.”

 - 연주, 나눔 활동 모두 열심이신데.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일본에서 공연을 12일에 한다. 오는 14, 15일엔 성악가 조수미와 공연한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들과 ‘안녕, 오케스트라’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프로젝트를 안산시의 지원으로 3년간 더 진행할 수 있게 돼 기쁘다.”

 - 최근 친조부모를 만났다고 들었다.

 “그동안 궁금했던 친아버지에 대해 알게 돼 좋았다. 머리 위에 반쯤 드리워져 있던 구름이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데 친할아버지를 만나고 오는 길에 친한 친구 토비가 암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족을 찾고, 친구를 잃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삶에 대해 불만이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제나 긍정적인 면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친구 토비가 잠시나마 내 곁에 있었다는 걸 감사한다. 또 결혼한 많은 친구들이 2세를 가졌다는 소식을 전해와 기쁘다.”

 결혼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용재 오닐은 조수미와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했다. “뛰어난 성취에는 희생이 따른다. 소프라노 조수미나 한국의 대통령도 미혼이지 않나. 나는 내 음악이 매일매일 나아지도록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 개인적인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일은 알 수 없긴 하지만,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현재에 충실하고 싶다.”

글=박혜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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