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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택·내수시장 회복 덕에 2~3년간 중소형주 성장 여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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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난달 사상 최고점을 찍은 미국 증시를 놓고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본격적인 경기회복세가 진행될 것이라는 낙관론과 함께 “정점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자산운용사 레그메이슨의 윌리엄 헨치(사진) 책임매니저는 미국 중소형주는 여전히 상승 여력이 많다고 말한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양적완화(QE) 축소가 현실화되면 일부 조정은 있겠지만 미국 내 주택시장이나 내수 등이 꾸준히 회복되면서 중소형주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2007년부터 운용한 미국 중소형주 오퍼튜니펀드의 올 초 이후 수익률은 21.21%. 미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RUSSELL) 2000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로 S&P500(14.32%) 등 주요 지수 수익률을 상회한다. 이 펀드는 국내에선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재간접형 펀드인 '레그메이슨 미국중소형주 펀드'를 통해 집중 투자하고 있다. 헨치 매니저는 “아직 미국의 부동산 경기회복은 본격화되지 않았다”며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으로 살아나면 중소형주의 상승 압력도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미 중소형주가 너무 올라 부담스럽다는 얘기도 많다.

 “미국 주택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 갈 것이다. 이 주택시장과 주가 연관도를 보면 대형주(5%)보다 소형주(18.2%)가 훨씬 밀접하다. S&P500에 속한 애플·GM 등 대형주들은 전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중소형주에 비해 주택시장 회복의 수혜를 덜 받는다. 반면 중소형주는 기업 이익의 80% 이상을 자국 내 활동을 통해 벌어들이고 있다. 이머징 시장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대형주들의 기업 이익 증가는 중소형주보다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 예를 든다면.

 “자동차 업종만 놓고 보자. 대형주인 GM은 중국 및 이머징 국가들의 경기회복이 돼야 자동차가 많이 팔리고 기업 이익도 증가한다. 글로벌 업황에 따라 유동성이 크다. 반면 중소형주는 미국 경기에 주로 좌우된다. 우리가 GM 같은 대형 제조업체가 아닌 미국 내 자동차 딜러업체에 투자하는 이유다. 이런 종목은 미국에서만 자동차가 잘 팔리면 된다. 전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경기회복 국가가 미국 아닌가.”

 - 종목 선별에서 어떤 점을 가장 중시하나.

 “기본적으로 저평가된 가치주 종목을 고르지만 이 기업의 상황을 변화시킬 촉매제가 언제 있을지 항상 살핀다. 경영진 역량도 중요하게 보는 요소 중 하나다. 소비재·기술·헬스케어 등 다양한 업종에 투자하고 있다.”

 - 미국이 양적완화를 중단하면 신흥시장도 문제지만 미국 시장도 타격받는 것 아닌가.

 “물론 약간의 조정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양적완화 축소를 통해 시장에선 점차 어떤 종목이 가치 대비 싸고, 비싼지 더 명확히 구분될 것이다.”

 - 유망한 중소형주 종목은.

 “현재로선 기계·소재 업종을 유망하게 본다. 경기회복으로 기업들이 생산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설비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매업 또는 호텔 등 비주거용 부동산 종목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 중소형주 인기는 앞으로 얼마나 갈까.

 “앞으로 2~3년간 중소형주는 계속 성장세를 이어 갈 것이다. 미국 기업 전체를 놓고봤을 때 최근 1년간 중소형 기업들은 매출이나 자산 흐름 면에서 대형주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

홍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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