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정부, 부족한 인프라 꼭 닮아 … “올 것이 왔지만 아직 위기는 아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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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호 20면

공통 질문 1 현지 상황은 2 언론과 국민들의 반응은 3 향후 경제 전망은 4 한국에 미칠 영향은
이종상 외환은행 이스탄불사무소장

터키 “만성 무역적자에 시리아 공습설로 뒤숭숭”

신흥국 외환위기 ‘F5’ 현장 긴급 점검

1 경제와 정치가 모두 뒤숭숭하다. 터키는 만성적인 무역적자국이다. 시민들 사이에선 환율 때문에 수입 물가가 오를 거라는 불안이 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리아 공습설까지 겹쳐 심각해지고 있다. 터키는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지난해 내전 발발 이후 시리아에서 난민이 많이 넘어왔다. 거기다 터키 내의 미 공군 기지 사용 여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불안한 정세 때문에 경제가 더 많이 흔들리는 게 아닌가 싶다.

2 중앙은행이나 정부 쪽에선 “한두 달이면 극복된다. 부화뇌동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다. 부존 자원도 없고, 외화보유액도 많지 않다는 게 터키 경제의 취약점이다. 유럽·아시아 대기업의 생산기지가 많이 들어서 있긴 한데, 자국 브랜드 산업은 거의 발달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자국 내에서 움직일 수 있는 외화가 적은 편이다. 긍정적인 면을 찾자면 유럽에선 독일 다음으로 인구가 많고 평균 연령이 30세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내수 시장이 튼튼한 편이다.

3 유럽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는 한, 터키의 미래는 그렇게 어둡지 않다. 터키에서 비행기로 4시간 이내에 10억 명이 살고 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포드·르노·IBM·애플 같은 업체들이 현지 공장을 지어놓은 것도 이런 지리적 조건 때문이다. 유럽 수요만 살아나면 공장이 활발하게 돌아가게 돼 있다. “터키엔 굶어 죽는 사람이 없다”는 농담을 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농업이 발달해 달러와 유가가 아무리 올라도 농산물이 싸기 때문이다.

4 국내 대기업이 내수 시장에 꽤 진출해 있지만 큰 우려는 하지 않는다. 경쟁력이 있으니 환율 급등의 타격을 그리 심각하게 받진 않을 거라 본다. 터키 자본시장에 직접 투자한 이도 그리 많지 않다. 터키가 한국 수출 시장에서 15위 정도를 차지하는 시장인 만큼 수출에는 어느 정도 지장이 있을 걸로 예상한다.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브라질법인장

브라질 “인플레이션 심각 … 월드컵 특수 실종 우려 ”

1 외국인 투자자와 현지인의 반응이 크게 갈린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브라질의 정책 대응이 심각하게 잘못돼 있다는 걸 느껴왔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빨리 위기 징후가 올지는 몰랐다”며 당황하는 분위기다. 특히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엄청난 호황을 기대했던 이가 많기 때문에 더욱 실망감이 큰 상황이다. 반면에 현지인들은 여유 있는 모습이다.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다.

2 “10년 전에 터졌어야 할 문제가 이제야 터졌다”는 분석이 많다. 과거 10년 간중국이 급부상하면서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이 덩달아 붐을 탔다. 최근 중국 경제가 침체되자 브라질 경제가 갖고 있는 관료주의나 비효율성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자연히 관전 포인트는 중국의 성장률이다. 중국 경제가 살아나면 자원 수출이 늘어나면서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크다.

3 가까운 시일 내에 경기가 반등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올여름만 해도 토마토 가격이 300% 오르는 식으로 물가가 불안해 시위가 많이 일어났다. 내년엔 월드컵과 대선이 있다. 정부 지출을 늘리면서 소비가 늘어나 덩달아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경제가 속절없이 무너질 거란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이 워낙 심하다 보니 중앙은행이 환율에 많이 개입한다. 헤알화 가치가 폭락하면 수입 물가가 오르고, 정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 외화보유액도 3700억 달러나 돼 아직 여력이 있다.

4 브라질은 F5 국가 중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지역일 것이다. 세제 혜택 때문에 국채를 매입한 투자자가 많다. 만기까지 보유하면야 이자율 변동으로 인한 위험은 없지만 가장 큰 문제는 환율이다. 개인적인 판단으로 지금의 헤알화 가치는 확실히 저평가된 걸로 보인다. 만기가 꽤 남았다면 느긋하게 기다리고, 만기가 조만간 돌아오는 채권의 경우 급한 자금만 아니라면 헤알화 자본에 재투자하길 권하고 싶다.


홍순영 수출입은행 요하네스버그사무소장

남아공 “광물 수출량 줄며 거리엔 걸인 늘어나”

1 경제가 무너지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다. 길거리 걸인이 빠르게 늘고 있다. 늦은 밤까지 구걸하는 사람도 많다. 공식 실업률이 25.2%인데 체감 수준으론 50% 정도 된다. 물가도 계속 오르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한 데다 랜드화 가치가 떨어져서 더더욱 그렇다. 최근 2년 사이 휘발유 값이 L당 8랜드에서 13.5랜드로 올랐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 주택 임대료도 같은 기간에 2만4000랜드에서 3만3000랜드로 올랐다.

2 경기 침체가 최근 시작된 일이 아니어서 호들갑을 떠는 분위기는 아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발표로 인해 갑자기 온 위기가 아니란 거다. 내재적인 경제구조의 문제가 쌓이고 쌓여 폭발 직전이다. 이 나라 경제는 광물 자원 수출 하나로 버텨왔는데 세계 경제가 나빠지면서 절대적인 수출량이 크게 줄었다. 광산이 한가해지니 일자리가 줄고, 빈부 격차는 더 심해지고 범죄율이 치솟고 있다. 이상한 것은 주가다. 랜드화 가치는 2009년 이후 최저치인데도 주가는 반대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경제 상황이 특별히 좋아진 건 아닌데 워낙 투자할 곳이 없으니 주식 시장에 거품이 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 정치 리더십으로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절대 다수인 흑인들의 지지를 받는 집권 여당은 지지 기반이 워낙 탄탄하니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않는다. 최근 투투 주교 같은 명사들이 잇따라 집권 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지만 변화가 일어날지는 좀 지켜봐야 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자본 시장 규모가 작고 외국인 투자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한국의 외환위기처럼 급속한 외자 이탈로 인한 충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곳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16%밖에 안 된다.

4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등의 시장 점유율이 꽤 높지만 환율로 인한 불이익을 다소 볼 것이다. 이곳에 생산기지가 없으니 대부분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데 랜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많이 약화됐다.


방태일 기업은행 뉴델리사무소장

인도 “현지 진출 한국업체 부품 수입가 올라 발 동동 … 투자 개방한다지만 정치 리더십엔 의문”

1 현지인보다 인도에 진출한 한국 제조업체의 충격이 더 크다. 4개월 사이 루피화 가치가 25% 정도 떨어졌다. 제조업체들이 부품·원자재는 달러로 들여오고 판매 대금은 루피로 받으니 이 환율 차이가 고스란히 손해로 쌓인다. 한국인 사장들 사이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 인도산 부품을 찾아보든지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현지인들의 씀씀이도 줄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로 전년 대비 반 토막 나면서 자동차와 가전제품 매출이 크게 줄었다.

2 언론과 정치권은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단 외국인 투자 자금을 끌어들이는 게 핵심이라고 보는 것 같다. 일주일 안에 외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좀 더 개방하는 쪽으로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나라에 오래 체류한 이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부패가 워낙 심한 데다, 여러 정당이 연합해 정권을 잡은 상황이라 리더십도 약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외화보유액이 3000억 달러에 가까운 만큼 국제 원조를 받아야 할 정도의 위기 상황은 오지 않을 거란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내년 5월 총선을 치르고 난 뒤 정치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경제도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온다.

3 관건은 유럽 경제 회복세다. 인도 경제는 유럽 의존도가 높다. 요 몇 년 사이 경제 성장률이 확 꺾인 것도 유럽 경기 침체의 영향이었다. 이 와중에 미국에서 양적완화까지 축소한다고 하니 인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거다. 심각한 위기가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그나마 늘어난 중산층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양극화가 다시 심해지지 않을까 하고 우려된다.

4 인도에 진출한 제조업체는 당분간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 대(對)인도 수출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인도 자본시장에 투자한 개인은 고민이 클 것이다. 브릭스나 인디아 펀드가 한때 인기를 끌어 인도 주식 시장에 투자한 사람이 적지 않다. 주가가 널뛰는 데다 환율마저 폭락해 지금은 손해가 클 거다. 섣불리 손절매하는 건 권하지 않는다.


이화수 인도네시아하나은행 부행장

인도네시아 “포퓰리즘 정책으로 위기 자초, 내수시장· 부존자원 믿고 느긋”

1 해외 언론의 우려에 비하면 현지 분위기는 무덤덤하다. 루피아화 가치와 주가가 폭락하는데도 현지 언론은 그다지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최근에 정부가 유류 보조금을 줄여 석유값이 꽤 올랐음에도 자카르타 시내엔 차량이 전혀 줄지 않았다. 고급 레스토랑도 여전히 붐빈다. 이 나라 국민 특유의 느긋한 성격과 부존 자원에 대한 자신감이 작용한 듯싶다. 워낙 자원 수출량이 막대한 데다 내수 산업 비중이 60%를 넘어 외부 충격에 강한 편이다. 이곳에선 “정 어려워지면 문 닫아 걸고 바나나만 먹고 살면 된다”고 할 정도다.

2 최근 위기설에 대해선 “올 것이 왔다”는 자조 섞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포퓰리즘적인 정책이 너무 판을 친다. 대표적인 게 최저임금이다. 지난해 말 자카르타 시정부는 최저임금을 44%나 올렸다. 제대로 된 정치 지도자가 없으니 정유공장 하나를 못 짓고 있다. 막대한 원유를 수출하면서도 석유 제품은 반대로 수입한다. 도로가 정비되지 않아서 연일 교통 혼잡에 시달린다.

3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에 비해 충격이 더 크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내수시장을 탄탄히 키워 외부 충격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다. 자카르타엔 빌딩이 우후죽순처럼 계속 들어서는데도 사무실이 모자라 난리다. 중산층이 급속히 늘면서 내수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내년에 대선과 총선이 있어 포퓰리즘 정책이 쏟아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4 한국계 기업인들은 이 상황을 그리 나쁘지 않게 본다. 보통 인도네시아를 생산기지로 삼아 해외로 수출하는데, 루피아화 가치가 떨어져 수출 경쟁력이 좋아졌다. 지난해 최저임금 급등의 충격이 어느 정도 상쇄됐다는 이도 많다. 소비 심리도 아직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만큼 국내 기업의 대인도네시아 수출도 당분간 줄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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