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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체포동의서 곧 국회 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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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종적을 감췄던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29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회의를 끝내고 당 원내대표실을 나온 이 의원이 기자들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내란음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국정원은 전날 당직자들의 거센 저항으로 하지 못했던 이 의원의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이날 오후 실시했다. [김성룡 기자]

검찰이 통합진보당 이석기(51·비례대표)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 30일 이 의원에 대해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7조 위반(찬양·고무)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앞서 사건을 수사 중인 국정원이 29일 이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법원은 곧 법무부를 통해 국회에 체포동의서를 보낸다. 검찰은 또 지난 28일 체포된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 3명에 대해선 사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이 의원 등의 영장에 적시된 혐의의 취지는 ▶2004년부터 RO(Revolutionary Organization)라는 지하혁명조직을 구성해 유사시 국가기간시설을 파괴하고 사회를 혼란케 할 것을 모의했고 ▶국내 정치권에 조직적으로 진출해 혁명 기반을 마련해 결정적 시기가 오면 정권을 획득하려 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이 의원과 홍 부위원장 등 핵심 조직원 10명의 금융계좌 추적에 나섰다. 이들이 북한과 직접 연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북한 측 인사들과 공작금 명목으로 돈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밝히기 위해서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국정원은 통진당 내 종북 지하조직 RO가 장기간 전국적인 재건활동을 해 온 사실을 파악했다. 여기에 들어간 활동자금의 출처와 사용처가 의심스럽다고 보고 확인 중이다.

 국정원이 전날 서울 마포의 이 의원 오피스텔 신발장에서 압수한 현금 1억4000만원 중엔 달러화와 유로화, 러시아의 루블화 등 외화가 상당액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측은 “임차보증금 반환용으로 사용할 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소유한 서울 여의도 J빌딩 6층 사무실의 임차보증금은 5500만원에 불과하다고 수사 관계자는 밝혔다. 실제로 지난 3월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신고 내역에도 이 의원은 임차보증금 채무액을 5500만원으로 신고했다. 해당 건물은 이 의원이 2009년 경매로 산 것으로 현재 시가는 11억5000만원 정도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RO가 2004년 결성 이후 10년 가까이 활동해 온 점으로 미뤄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을 것”이라며 “이 의원이 운영한 선거홍보업체 씨앤커뮤니케이션즈(CNC)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지만 별도의 자금원도 있다는 정황을 포착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내란음모’ 피의자들이 중국에서 북한 측 고위 인사와 접촉한 정황도 확보했다. 이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고 ‘결정적 시기가 오면 전국적 총파업과 동시에 무장 봉기’ ‘유사시 파출소와 무기 저장소 습격’ 등 이른바 내란음모를 꾀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국정원은 RO 조직원 일부가 2011년 9월과 지난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으로 출국한 뒤 상당기간 행적이 묘연했던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이 밀입북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국정원은 2010년부터 법원에서 감청영장을 발부받아 RO 조직원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감청을 벌여 이번 압수수색·체포영장 청구 때 증거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감청영장을 발부받으면 e메일이나 전화통화 등을 합법적으로 감청할 수 있다”며 “내사 기간이 긴 만큼 RO 조직원들의 대화 등을 감청한 녹취록이 여러 건 있다”고 설명했다.

녹취록 등에 따르면 이 의원은 올 상반기 RO 조직원과의 비공개 모임에서 정전협정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이 “북한에서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해(3월 11일) 전쟁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소집명령이 떨어지면 바람같이 모여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현역인 이 의원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기 위해선 현재 국회가 회기 중에 있는 만큼 국회의 체포동의가 필요하다. 검찰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한만큼 법원은 법무부를 통해 국회에 체포동의요구서를 보낸다. 체포동의요구서가 국회에 접수되면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보고되며 이후 24~72시간 내에 본회의 표결에 부치게 된다. 본회의에서 과반수 재적에 과반수가 동의할 경우 가결된다. 국정원은 이날 오후 의원회관 내 이 의원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 의원의 신체에 대한 검색도 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통진당 최고위원회·의원단 연석회의 직후 “국정원이 날조한 것으로 상상 속의 소설이며 국정원의 상상력에서 나왔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글=이동현·이윤석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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