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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도피는 무슨, 서울에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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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진다는 걸 알고는 하루 종일 모습을 감췄다. 당초 오전 10시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불참한 채 행방이 묘연했다. 하루 만인 29일 국회에 나타난 이 의원은 “어디에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울에 있었다”고 말했다. 한때 나돌았던 잠적설을 의식한 듯 “도피는 무슨 도피냐”는 말도 했다.

 앞서 홍성규 대변인은 28일 오전엔 “정확하게 확인시켜 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 일단 연락이 좀 잘 취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가 오후 들어서 “당에선 당연히 소통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당 이상규 의원도 “국정원은 이 의원이 현장에 나오면 압수수색을 통지하고 절차를 진행하려고 했는데 국정원의 불법을 통합진보당 쪽에서 정당화시켜줄 이유는 전혀 없었다”고 이 의원의 부재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 의원이 28일 하루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이 의원의 주거지인 서울 상도동 아파트 관계자는 “몇 달 동안 이 의원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포 오피스텔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의원의 잠행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4월 총선 후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이 제기되자 이 의원은 공식 행사에서 사라졌다. 지난해 5월 17일 라디오 방송 출연 후 모습을 감췄다가 19일 만인 6월 6일 국회 의원회관에 출근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상황이 급박해지자 이 의원이 추종세력의 도움으로 모처에서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문서파기 의혹도 제기됐다. 28일 국회 의원회관 내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물리력으로 막았던 이 의원 측이 사무실에 비치된 문서파쇄기에 서류를 넣고 있는 장면이 취재진에 포착됐다. 이에 대해 홍 대변인은 “사진 한 장으로 파쇄 의혹을 제기하는 건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원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파쇄 사진이 공개된 게 증거인멸이 이뤄졌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그럼에도 PC 하드디스크의 경우 지웠다 해도 얼마든지 복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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