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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때 "김일성은 절세의 애국자" 후배들 사상학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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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RO’(Revolution Organization·혁명조직)는 경기동부연합 내 지하조직이다.

 국가정보원은 이석기(51) 통합진보당 의원이 2004년 설립된 RO의 총책으로, 조직 구성원들을 중심으로 체제 전복, 즉 내란(內亂)을 음모했다고 보고 있다. RO의 뿌리는 1992년 결성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민혁당에서 이 의원은 경기남부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다. 그는 결국 민혁당 활동으로 국가보안법 위반(반국가단체 구성) 혐의로 기소돼 2003년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판결문에는 이 의원의 20대 후반~30대 초반 행적이 드러난다. 한국외국어대(용인캠퍼스) 중국어과 82학번인 이 의원은 85년 6월 학내 불법시위로 제적당했다. 제적 석 달 전 그는 이념 서클인 ‘가면극연구회’ 회원들과 사상학습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영환·하영옥과 반제청년동맹 주도

 “김일성은 항일무장 유격 투쟁을 전개해 일제로부터 조국 독립을 쟁취하고 민족의 자주독립 국가건설로 이끈 절세의 애국자다. 그가 창시한 주체사상은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창조적으로 계승·발전시켜 우리 앞길을 밝혀준 영원 불멸의 등불이다.”

 그는 89년 하영옥(50)씨 등 서울대 82~83학번 주사파 운동권 학생 4명과 반제청년동맹을 만든다. “사회를 주체사상화하고, 미군을 축출하고, 현 정부를 타도한 뒤 조국 통일을 이룩해 공산정권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기 위해 “김일성의 지도를 받는 김일성 주의 청년혁명조직으로 꾸려 나가자”는 다짐도 했다.

대학동기 포섭 학교 뒷산서 ‘가입식’

 중앙위원을 맡은 이 의원은 김일성 생일을 축하하는 내용의 유인물이나 ‘주체기치’란 이름의 기관지를 만들어 대학가에 뿌렸다. 외대 동기 박모씨를 조직원으로 포섭해 ‘의식’을 치른 장면도 나온다.

 ‘연세대 학생회관 앞에서 박씨를 만나 ‘가입식을 하자’며 뒷산으로 데려갔다. 박씨에게 동맹의 강령·규약을 설명한 뒤 김일성·김정일에 대해 묵념했다.’

 반제청년동맹을 만든 하영옥씨는 86년 대학 운동권을 뒤흔들었던 이론 문건인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50)씨와 서울대 법대 동기다. 김씨는 북한 간첩에 포섭돼 91년 5월 강화도에서 잠수정을 타고 밀입북, 김일성 주석을 두 차례 면담한 뒤 돌아와 92년 청년동맹을 민혁당으로 개편했다.

 민혁당은 ▶주체사상을 지도사상으로 한다 ▶목숨을 바쳐 조직을 보위한다 ▶기업체·학생·농민 등 단체를 장악해 이들을 폭력적인 대정부 투쟁으로 이끌어 사회주의 정부를 건설한다는 등의 내부 강령을 갖고 활동했다.

이 의원은 민혁당 경기남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새해를 반미(反美)와 쌀로 시작해 각급 조직은 자기 몫을 다하고자 열성을 다했으나 김일성 서거 후 놈들(정부)의 탄압으로 군중사업을 수세적으로 전개했다” “우리 지역에서 우리 노선을 가장 잘 구현하는 돌격대 두 군데 선거 패배는 큰 충격이었다”는 등의 내용을 김영환씨에게 보고했다.

 국정원은 98년 북한 반잠수정에서 확보한 전화번호 수첩 등을 단서로 남파 공작원과 민혁당의 연결고리를 캤고 김씨와 하씨 등이 구속됐다. 민혁당은 97년 해체되면서 경기동부연합에 흡수됐고 2003년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이 의원이 이 조직을 장악했다.

 이번 압수 수색에서 이 의원의 집에 ‘이민위천(以民爲天)’이라는 족자가 걸려 있었던 사실이 부각됐다. ‘백성을 하늘같이 여겨라’는 뜻이다.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의 머리말에 나오고 북한 헌법 서문에도 등장하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좌우명이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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