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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밀양 송전탑 갈등만 키우는 외부 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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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조태임
한국부인회 총본부 회장

최근 경남 밀양시청 앞에서 ‘전국 송전탑 건설 반대 네트워크’란 기치를 들고 수십 명의 송전탑 건설 반대 단체회원이 시위를 벌이고 돌아갔다는 뉴스를 들었다. 이들은 밀양 송전탑 건설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반대대책위원회와 반대 주민대표, 다른 송전탑 건설지역의 반대파와 탈핵·환경·노동 단체 소속이었다. 대부분 밀양 사람이 아닌 외부 사람이라고 한다.

 그동안 문제 해결을 바라는 밀양 지역 사회단체와 주민은 수차례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통해 오랫동안 끌어온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외부 개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얼마 전에는 밀양시장이 나서서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을 부를 수 있는 외부 사람이 밀양 문제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기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미 밀양 지역 내에서도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는 결정적 장애물이 외부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밀양 송전탑 건설은 장장 8년 동안 반대 주민과 한전 간에 쌓여온 갈등이고 오랜 기간 풀지 못한 숙제였다. 사업 초기부터 한전이 송전선로 건설이 꼭 필요하다고 주민들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재산 가치 하락에 대한 보상을 통해 원만히 해결했어야 하는 사항이다. 사업자인 한전의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송전탑 건설은 합법적으로 결정된 공익 사업인 만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와 보상에 대해서는 직접 영향을 받는 밀양 주민이 당사자가 되어 해결해야 한다. 한전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풀어야 할 것은 풀어 나가야 한다. 지금처럼 외부의 개입으로 갈등만 커진다면 끝없는 평행선 속에 타협과 협상이 설 곳은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전국’이라는 머리띠를 두르고 모여 앉아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국민에게 전기를 보내기 위해 건설하는 송전탑에 반대하는 전국 조직을 만든 사례가 얼마나 있을까. 부르기도 어려운 ‘전국 송전탑 반대 네트워크’란 명칭보다는 차라리 ‘전국 전기 안 보내기 협의회’라고 명칭을 붙이는 게 솔직하지 않을까. 전국 협의체는 처음엔 자신들이 주민의 일부라고 주장했으나 이제는 ‘주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인권 보호로 해석될 수 있을까.

 진정으로 주민 인권과 재산권 보호를 위해서라면 지금이라도 주민들을 위해 한전과 반대 주민을 연결해 주는 ‘상생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전 국민이 비지땀을 흘리면서 전력난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았다. 전국 방방곡곡에 전기를 내보내기 위해서는 발전소 건설뿐 아니라 전기가 더 원활하게 흐르게 만드는 송전망 건설이 절실히 필요하다. 앞으로 한전은 밀양 지역 주민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공감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밀양 지역과 관계없는 외부에서는 더 이상 해당 지역 주민의 결정권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이런 어려운 시기에 지혜를 모아 잘 넘기기를 기대해 본다.

조태임 한국부인회 총본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