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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발전에 한계 … 한국 성장 모델 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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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덕구 이사장은 “중국은 그동안 절대 권력을 통해 관리를 잘 한 덕에 경제가 고성장할 수 있었지만 1인당 소득 1만 달러에 가까워지면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중국 지식인들은 지금 반성 중이다. ‘베이징 컨센서스’라고 찬양하던 중국식 발전 모델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들은 지금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기 위해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

 정덕구 니어재단이사장(전 산업부 장관)은 “그동안 중국 경제를 이끌어 오던 투입에 의존한 성장 방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 학계·정계 고위 인사와의 교류를 통해 대륙의 속살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꼽히는 그는 중국 최대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 연구 고문으로 위촉돼 활동하게 된다.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 외교부, 재무부 등의 고위 관리를 대상으로 강연에 나설 계획이다. 다음 달 2일 취임을 앞둔 그를 만났다.

 - 중국 경제, 도대체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핵심은 ‘모순적 결합’에 있다. 사회주의와 시장경제가 만나고, 농민공(농촌 출신 노동자)의 도시 진입을 장려하면서도 후커우(戶口·주거지 등록)제도가 그들의 발목을 잡는다. 정책 배합이 틀렸다는 자성론이 내부에서 일고 있다.”

 - 중국의 하드랜딩(경착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경제가 아닌 체제에 있다. 체제 불안은 곧 경제의 하드랜딩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동안 고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절대 권력을 통해 관리를 잘 했을 뿐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를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현재 약 6000달러)에 가까워지면 국민은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게 돼있다. 당의 주민 관리는 점점 더 어려울 것이다. 정치가 불안하면 경제가 일시에 꺼질 수 있다.”

 - 시진핑(習近平)시대 중국의 과제는.

 “3개를 극복해야 한다. 첫째는 미국이다. 미국은 중국의 주요 자원 수송로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의 목을 쥐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이 얘기하는 신형대국관계는 곧 ‘미국에 도전하지 않을 테니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해 달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둘째는 국민을 극복해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잡느냐가 관건이다. 시진핑의 과제는 부패로 얼룩진 공산당을 깨끗이 만들어 국민들에게 내놓을 수 있느냐에 있다. 셋째는 중국적 가치를 극복해야 한다. 중국이 ‘G2’에 걸맞는 문명 국가가 되려면 보편적인 가치를 받아들여야 한다. 주변국을 포용해야 한다.”

 - 중국 지식인은 한국을 어떻게 보나.

 “한국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글로벌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는, 주변에서 유일한 시장경제의 나라라는 점에서 그렇다. 금융 선진화 개혁을 이뤄내고, 글로벌 플레이어(기업)를 갖고 있는다는 점에서 참고할 모델로 생각한다. 다양한 교류를 통해 우리와의 경제적 동질감을 넓혀야 한다.”

글·사진=한우덕 중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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