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잔혹한 석기인 뉴기니아 식인종|독 인류학자의 2년 동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아폴로 우주선이 달나라에 왔다갔다하는 요즈음 남태평양의 서부 뉴기니아 오지엔 아직도 자동차나 시계나 라디오도 모르는 채 문명을 등지고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종이 살고 있다. 「클라우스·프리드리히·코흐」(32)라는 독일의 한 인류학자는 단신 「파푸아」족 계통인 얄레 부족 틈에 뛰어들어가 2년 동안 그들과 한 지붕 밑에 살면서 여러 가지 진기한 풍속을 연구했다.
갈색 피부에 150㎝ 밖에 안 되는 단구지만 힘은 장사라고 하는데, 남자들의 치장이 걸작이다. 짐승의 털과 아마를 아랫도리에 칭칭 감고 몇 해가 되도록 갈아입는 법이 없다. 특히 생식기엔 기다란 마개를 씌워 하늘로 치솟게 해야 의관을 갖춘 게 된다고.
주업은 농업인데, 돌과 나무로 만든 석기시대의 농구로 고구마·야채 등을 일구어 먹고, 활로 짐승을 사냥해 먹기도 한다. 얄레 족의 사회는 씨족 사회로서 2대 혈연 집단으로 나뉘어 있는데 같은 집단 내의 성교는 엄금되어 상간자는 사형이다. 아이를 낳은 부부는 4년 동안 성교를 금지 당한다니 가족 계획 같은 이야기다.
중혼자는 비교적 적어서 1백5명 집단 내에 6명만이 두 아내를 거느렸더라고. 전제적인 권력자는 없다. 부락간엔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곧잘 붙는다. 그러나 신앙이나 재산, 영토를 위한 싸움은 없다. 대개 개인끼리 시비가 벌어져 부락 전쟁으로 확대되는데 사람을 잡아먹는 경우도 바로 이런 때.
코흐 박사의 식인 축제 관전기를 들어보자. 약19명의 전사가 선발되어 적의 부락을 기습했다. 천막을 불사르고 반항하는 자를 활로 쏘아 죽인 다음, 돼지를 잡아 질탕한 승전 파티를 벌인다.
적의 시체는 자기편 전사자의 가족한테 준다. 포로는 돼지와 바꿀 재산으로 삼는다. 승전축제는 식인 카니벌로 극치에 달한다. 적의 눈알과 입술을 도려내 박쥐 날개로 싸서 감춘다. 죽은 자의 혼이 축제 장을 못 찾게 하려는 것이란다.
그리곤 몽둥이는 큰솥에다 삶아내 골고루 나누어 먹는다. 먹고 나선 자중의 하나가 일어나 일장 연설을 한다. 적이 우리 동료를 죽였을 때 우리의 심장 한쪽이 약해졌다, 이제 적 한 마리를 잡아먹어서 우리 심장은 다시 강해졌다…운운. 이로 보아 식인은 일상적인 양식이기보다는 일종의 미신적인 의식인 듯하다. 사람 고기를 만끽한 전 부락민은 마당에 죽 늘어서서 정복한 마을 쪽을 향해 일제히 화살을 쏘아댄다. 상대방의 혼을 쫓아낸다는 뜻이라 한다. <독 슈테른 지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