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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싱콩 국립교육원장 인터뷰] 단순 지식 교육 줄이고, 스스로 생각하고 배우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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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의 중3 또는 고1에 해당하는 싱가포르 15세 학생들의 학습능력은 2009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전 세계 65개국 중 수학은 2위, 과학은 4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높다. 동시에 입시 부작용도 많다. 초·중·고를 마칠 때마다 졸업시험이 있고, 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학생들은 2년 과정의 직업학교나 3년제 폴리테크닉(Polytechnic) 등에서 직업교육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과도한 입시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2004년 ‘더 적게 가르치고, 더 많이 배우게 하라(Teach less, Learn more)’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지난달 30일 싱가포르국립교육원(NIE)의 리싱콩(李盛光·사진) 원장을 만나 싱가포르 교육의 목표와 비전에 대해 들었다. NIE는 한국의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과 비슷한 교사 양성기관이다.

 -리 총리가 내건 슬로건의 의미는.

 “과거에는 학생들이 지식을 배울 수 있는 통로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최대한 많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 지식은 인터넷 등을 통해 어디서나 쉽게 얻을 수 있다. 더구나 지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는 학교에서 단순한 지식을 많이 가르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대신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배우는 방법을 더 많이 가르쳐야 한다.”

 -21세기 교육의 역할은.

 “21세기는 지식에 기반한 사회다. 산업사회에서는 숙련된 기술인력을 기르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면 이제는 창의성과 도전정신, 사회적 책임감 등을 길러 줘야 한다.”

 -싱가포르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은.

 “교사는 교육의 심장이다. 교사가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국가의 미래가 결정된다. 우리는 교사를 최고로 대우한다. 연봉을 책정할 때는 회계사나 엔지니어 급여를 기준으로 한다. 매년 100시간의 교육을 통해 교사들이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칠 수 있도록 돕는다.”

 -싱가포르 교육의 과제는.

 “학생들에게 싱가포르인이라는 정체성을 심어 주는 것이다. 싱가포르인들은 세계 각국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이 자신의 모국을 잊어버린다면 인구 500만 명인 싱가포르는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전 세계를 무대로 일하지만 싱가포르에 뿌리를 둔 인재를 길러야 한다. 한국이나 다른 국가들도 10년 안에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입시교육에 치우쳐 인성교육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데.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를 위해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많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학교 수업에 음악과 연극 등 예체능 과목을 도입하고 다양한 특별활동도 개설해 보완하고 있다.”

싱가포르=이한길 기자
김종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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