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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미니 투자개방병원에도 겁먹은 복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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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성식
사회부문 선임기자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투자개방형병원(이하 투자병원, 일명 영리병원) 얘기만 나오면 극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보건복지부였기에 지난 16일 제주의 국내 첫 투자병원(싼얼병원) 사업계획서 승인을 예고했을 때 기대가 컸다. 정부의 예고는 관례상 99.9% 확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22일 보류로 돌아섰다.

 노무현정부 때 복지부는 투자병원 도입에 앞장섰다. 이명박정부 들어 2008년 촛불시위 때 ‘투자병원=의료영리화’ 공격에 노출된 이후 반대로 돌아섰다. 대신 타협점으로 제주와 경제특구에 한해 외국인 투자병원에 찬성했다. 그러나 인천 송도투자병원은 송영길 시장의 반대에 부닥쳐 폐기 직전에 놓였다. 마지막 남은 데가 제주인데, 복지부가 ‘반대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싼얼병원은 송도투자병원과는 다르다. 송도는 대형종합병원이고, 싼얼은 48개 병상의 미니 성형병원이다. 성형수술은 서울 강남이 세계 최고다. 한국 환자들이 제주로 갈 이유가 없다.

 복지부는 “수술 응급의료 체계가 미흡해 승인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 전국 성형외과가 다 큰 병원 응급실과 양해각서(MOU)를 맺어야 한다는 말인데,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싼얼병원 멀지 않은 곳에 서귀포의료원(종합병원)이 있다. 또 다른 보류 이유는 줄기세포 불법 시술 우려다. 하지만 그 병원은 제주도와 협의해 “줄기세포 시술·연구를 하지 않겠다”고 사업계획을 변경해 이미 복지부에 제출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듯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민주당이 천막 농성 중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전세·증세 정책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는 마당에 다른 논란거리를 제공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거다. 이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외치고 있다. 대내외 여건을 따져보면 쉽지 않은 목표임에 틀림없다. 돌파구는 서비스산업이고 그 핵은 의료다.

 올 1~7월 제주를 찾은 외국 관광객의 77%가 중국인이다. 같은 기간 중국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71% 증가했다. 싼얼병원의 타깃은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 부유층이다. 이 병원이 생기면 최소한 100개의 괜찮은 일자리가 생긴다. 중국 의료관광객이 성형수술만 하고 돌아갈 리 없다. 제주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이유다. 민주당이 다수인 제주도의회도 반대하지 않는다. 되레 지난달 말에는 ‘의료관광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당사자는 문제라고 보기는커녕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복지부는 오랜 논쟁 끝에 제주와 송도에 투자병원을 허용하기로 했으면 그 원칙을 지키는 게 옳다. 더 이상 여의도 눈치를 보다가는 배가 산으로 갈 것이다.

신성식 사회부문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