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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블랙메리포핀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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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윤미 작곡?연출의 ‘블랙메리포핀스’는 추리스릴러를 표방한다. [사진 아시아브릿지컨텐츠]

‘블랙메리포핀스’는 한국 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놀라운 성과다. 실험성 강한 작품을 선보이는 미국 ‘오프-브로드웨이’(Off-Broadway)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완성도·음악·무대구현 등에서 두루 합격점이다. 지난해 초연됐고, 현재 재공연 중이다.

 아름답지만 잔혹한 드라마다. 동화영화로 익히 알려진 ‘메리포핀스’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지혜롭고 따뜻한 보모가 주인공이다. ‘블랙’에서 유추할 수 있듯,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가 전반에 걸쳐있다. 정작 보모는 자주 나오지 않고, 아이 4명이 커가며 겪는 상처·사건 등이 핵심이다.

 배경은 1920년대 독일. 큰 저택에서 화재가 일어나고, 이 집의 보모가 4명 아이를 극적으로 구출한다. 아름다운 미담이건만, 사건은 덮어지려 한다. 게다가 아이들은 잔뜩 겁에 질린 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을 못한다. 그렇게 파묻힐 것 같던 사건이 12년 만에 새 단서가 발견되면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무엇보다 단서를 찾아가는 과정이 촘촘하다. 미스터리물로서 갖춰야 할 반전 역시 치밀하다. 막판에 감정을 쏟아내며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강렬하다. 아픔을 드러내고 치유하는 과정은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트라우마·기억상실·집단체면 등 정신분석학적 요소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음악 톤이 일정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노래가 나오는 시점이 어색하지 않다. 가사가 귀에 쏙쏙 박혀 극의 집중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대사에서 노래로 연결되는 이음새는 자연스럽다. 뮤지컬의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얘기다. 별도 세트 없이 간단한 소품으로 무대를 채워가는 세련미도 돋보인다.

 극본·가사·작곡·연출 모두 서윤미(34)씨의 작품이다. 그는 “초연에 비해 극장이 커지며 작품 특유의 야생성·원초성이 약해진 점은 아쉽다”라고 했다. 하지만 객석은 여전히 빈자리를 찾기 힘들다. 10월 27일까지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 4만4000∼5만5000원. 02-548-0597.

최민우 기자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줄거리 재미있냐 묻지 마라, 극적 반전이 최고 재미!
★★★★(최민우 기자): 작곡 전공 안 해도 된다. 몽환과 잔혹의 합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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