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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구리의 멋진 타개 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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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결승 3국>
○·구리 9단(1승1패) ●·이세돌 9단(1승1패)

제6보(68~80)=전쟁이란 본시 공수가 불분명한 법이지요. 68부터 72까지도 비슷합니다. 백이 흑의 근거를 빼앗고 있지만 71이 다가오면 백도 달아나야 합니다. 좀 더 시야를 넓혀 보면 멀리 흑 돌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실리에선 백도 괜찮지만 두터움에선 흑이 앞서는 거죠. 그걸 바탕으로 이세돌 9단은 73까지 나아갑니다. 최강수죠. 이 전쟁에서 우세를 점하지 못하면 다시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는 절박감이 묻어납니다.

 73은 ‘참고도1’ 백1로 째고 나올 수 없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수가 모험이고 배짱이란 건 누구나 직감할 수 있습니다. 이세돌 아니면 어느 누구도 두기 힘든 수죠. 구리 9단은 74로 헤딩해 갔는데 이 수가 의외로 통렬했습니다. 본래 72와 74는 너무 멀어서 ‘참고도2’ 흑1로 두면 차단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백은 나 몰라라 2로 젖혀 갑니다. 왼쪽 두 점은 포기하고 흑의 본거지라 할 우상으로 쇄도해 들어갑니다. 버리겠다는 사람은 무섭죠. 귀가 무너진다면 두 점 잡아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그렇다고 양쪽을 다 잡겠다는 건 아무리 이세돌이라도 성공 확률이 너무 희박합니다.

 결국 75, 77로 본거지를 지켜야 했습니다. 78의 연결이 쓰라리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79도 놔두면 백A로 너무 크게 사니까 눈감고 둬야 합니다. 그러자 구리 9단은 유유히 80으로 째고 나옵니다. 73의 강수가 실패로 돌아가는 장면이었습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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