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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계 스타 팰컨 5년간 퇴출 중징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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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월가의 금융 범죄에 ‘솜방망이’라고 조롱받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칼을 빼들었다. 헤지펀드계의 스타 필립 팰컨(사진)에게 공금유용과 부당거래 혐의로 중징계를 내렸다. 팰컨은 사법처리를 면하는 대신 범죄행위를 인정하고 최소 5년 동안 증권업에서 퇴출당하는 안에 SEC와 합의했다고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팰컨과 그가 이끄는 하빈저 캐피털은 1800만 달러에 이르는 벌금도 내야 한다.

 SEC는 2008년 금융위기의 책임을 물으면서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BOA)·씨티그룹·골드먼삭스 등 월가 초대형 은행에 대해 거액의 벌금을 물리되 범죄행위에 대해선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도록 허용해 왔다. SEC로선 초대형 은행을 상대로 형사소송을 하지 않아도 되고 월가 은행은 범죄를 인정치 않아도 돼 사실상 면죄부를 받을 수 있었다.

 애초 SEC와 팰컨도 지난 5월 부드럽게 합의를 봤다. 범죄를 인정치 않고 2년 동안만 증권업 금지를 받아들이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취임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메리 조 화이트 SEC 총재가 격노했다. 원점에서 재협상이 이뤄졌고 팰컨은 훨씬 무거운 징계를 받아들여야 했다. 월가에선 화이트가 이끄는 SEC의 칼날이 앞으로 더 날카로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팰컨은 2008년 금융위기가 올 것으로 미리 점쳐 일약 헤지펀드계의 신데렐라로 떴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증권이 폭락한다는 데 베팅해 한때 운용자산을 260억 달러로 불렸다. 미네소타주의 가난한 시골뜨기에서 월가의 억만장자로 출세한 그는 맨해튼에 4900만 달러짜리 초호화 아파트를 사들여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한탕주의에 빠진 그는 ‘라이트스퀘어드’라는 신생 무선통신회사에 올인을 했다가 낭패를 봤다. 위성을 이용해 4세대(4G) 무선통신망을 구축, 버라이즌·AT&T와 맞서겠다는 꿈을 꿨지만 기존 지구위치확인시스템(GPS)의 신호를 교란할 우려가 있다는 당국의 제동으로 파산했다. 돈이 급해진 팰컨은 펀드 자금에 손을 댔다. 1억1300만 달러를 불법적으로 빌려 개인 세금을 내는 데 썼다.

 큰손 투자자를 펀드에 붙들어놓기 위해 일부에게만 몰래 환매를 해주기도 했다. 채권 시세 조작에 가담한 혐의도 포착됐다. 결국 2012년 6월 SEC가 그를 기소했다. 당시 SEC는 “팰컨의 행위는 헤지펀드가 얼마나 불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경영대학원 사례 연구감”이라고 설명했다. 팰컨은 이번 합의로 SEC와의 소송 부담을 덜어 라이트스퀘어드 재기에 전념할 수 있게 됐지만 성공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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