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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낙농가 살린다는 원유가격연동제가 제조·유통사 배 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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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우유 생산농가와 우유업체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원유가격연동제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소비자단체에서 “물가상승에 따라 원유가격을 올려주는 연동제가 우유업체의 이익을 보장해 주기 위한 우유가격연동제가 됐다”고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원유가격연동제는 2011년 도입이 결정됐다. 과거 원유가격은 일정한 근거규정 없이 3~5년 주기로 낙농가와 우유업체가 극심한 갈등을 겪어가며 정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합리적으로 원유가격을 정하고 이 가격에 연동해 우유 값을 조정하는 원유가격연동제를 도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매년 8월 원유가격을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낙농진흥회는 지난달 27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원유가격을 L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12.7%(106원) 인상하는 안을 최종 확정했다. 연동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새 제도에 맞춰 원유 값을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제조업체가 원유가격 인상분 외에 제조비용 상승폭과 유통마진 등으로 144원을 더해 우유가격을 250원 인상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10개 주요 소비자단체 연합회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19일 “원유가격연동제가 사료비·환율 등 원가 변동분을 반영한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제조비와 유통비까지 함께 올리는 도구가 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협은 20일 농식품부와 기획재정부를 항의 방문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소협 관계자는 “과거 3~4년 만에 한 번씩 올랐던 우유 값이 연동제 때문에 매년 오를 수 있게 된 건 제도의 실패를 의미한다”며 “보완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유업체는 “원가는 영업비밀이어서 상세히 공개할 수 없으나 소비자들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 자료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소협 등에서는 원유가격을 8월 기준으로 정하는 부분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국내 젖소는 얼룩소라 불리는 홀스타인 종이 대부분이다. 홀스타인 종은 북유럽 추운 지방 출신이어서 더위에 약하다. 기온이 섭씨 25도 이상 올라가면 컨디션이 나빠지면서 원유생산량이 15~20% 떨어진다. 유지방 함유량도 낮아져 경제성도 떨어진다. 그러나 국내 우유 소비량은 여름철에 가장 많다. 체감 수급 불일치 탓에 여름에 원유가를 정하면 낙농가와 우유업체에 유리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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