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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색화의 여백미, 경쟁력 충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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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한국의 단색화에 대한 영문서를 낸 조앤기 미시간대 교수가 단색화의 대표주자 이우환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류 바람이 거세다. 그러나 대중문화 한류를 우리 역사와 전통 속 미의식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갈 뒷심은 부족하다. 그래서 조앤기(38·기정현) 미국 미시간대 미술사학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최근 『한국의 현대미술-단색화와 방법의 긴급성』(Contemporary Korean Art-Tansaekhwa and the Urgency of Method, 미네소타대 출판부)이라는 책을 냈다. 영어로 된 본격적 한국 현대미술 전문서다.

그간 나온 몇 안 되는 영문 한국 현대미술서들은 작가별로 개괄적인 소개를 나열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기 교수는 “미의식의 역사와 전통을 떠받치는 ‘하이 컬처(high culture)’의 존재감이 더 커져야 한다. 그런 일에는 긴 설명 없이 즉각적 반응을 이끌 수 있는 미술이 적격이다. 한국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뿐 아니라 백남준·이우환 같은 훌륭한 미술가들이 있는 곳이니까”라고 강조했다.

 기 교수는 미국서 태어나 한국서 초·중학교를 다녔다. 88올림픽 전후의 일이다. 이어 예일대 미술사학과, 하버드 로스쿨 졸업 후 뉴욕대에서 한국의 단색화 연구(2008)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단색화는 여백의 미를 추구하는, 한국 미술의 전통을 살린 회화. 당시의 서구 미니멀리즘 흐름과 함께한 미술 양식이다. 권영우·윤형근·이우환·하종현·박서보 등이 대표 주자다.

 - 왜 단색화인가.

 “1970년대 시작된 단색화는 우리 미술에서 처음으로 국제적 흐름과 함께한 미술이다. 단색화가들이 동양적 전통이라는 기반 위에서 전위 미술을 한 것, 추상화라는 개념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고민한 부분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 책이 강조하려는 바는.

 “단색화가 확장된 세계의 추상화 역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 ‘무엇’보다는 ‘어떻게’ 서술할 것인가, 그 방법에 대해 강조하고자 했다. 훌륭한 작품은 어떤 세계를 달성할 것인지를 다루고 있으며, 미술사는 이것을 말로써 함께 이룩해야 한다.”

 기 교수는 “중국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한풀 꺾이고 일본 미술이 각광받고 있다, 그 다음은 우리”라며 “전후(戰後) 우리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향후 5년 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 미술이 세계 무대에서 자리를 차지하려면.

 “힘든 점은 한국 미술, 하이 컬처에 대한 관심도가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것은 한국 미술’이라고 강조하기보다는 작품 자체에 대한 세밀한 분석으로 관심을 끌어야 한다. 동시대 아시아 미술이라는 맥락 안에서 전략적으로 주요 작가와 작품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영어 정보, 미술사적 연구가 필요하다.”

글=권근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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