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가 내달 실시된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세계 증시는 등락을 반복하며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시차가 있을 뿐 예외는 없는 이 혼조세를 비켜가고 있는 시장이 있다. 원자재 시장이다.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건 은이다. 지난주 뉴욕 선물시장에서 11% 넘게 오르는 급등세를 보였다. 금값 상승 폭의 3배가 넘는 수치다. 구리 가격도 지난 2주일 사이 8.7% 올랐다. 지난 16일에는 10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을 정도다. 이뿐 아니라 니켈과 서부텍사스유(WTI) 등 대부분 원자재가 지난주 상승세를 보였다.
원자재 시장이 양적완화 축소라는 악재를 이겨낸 힘은 역설적으로 양적완화 축소에 있다. 양적완화 축소는 곧 미국 경기가 살아난다는 걸 뜻한다. 고용지표와 주택지표 등 경기지표가 되살아나면서 Fed가 출구전략을 논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럽 경기지표도 호전되고 있는 데다 중국도 2분기에 시장 전망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다른 경제지표도 개선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탰다.
원유 값을 끌어올린 건 공급에 대한 우려였다. 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 대한 강제 진압에 나서며 폭력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금값도 상승했는데, 그 배경엔 중국이 있다. 금 최대 수입국인 인도에서 금에 대한 수입 관세를 인상한다는 악재가 있었지만 반대로 중국의 금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정선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