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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아베 집권과 일본 우경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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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2013년 7월 22일자 30면>
아베의 승리, 우경화 백지수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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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자민·공명당 연립정권이 예상대로 승리했다. 아베 내각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아베 총리는 다음 선거가 치러질 2016년까지 안정적으로 집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중의원 3분의 2 의석을 확보한 데 이어 참의원에서도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아베 총리는 원하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을 확보했다. 그렇다고 백지수표를 위임받았다고 생각하면 오만한 착각이다.

 아베 총리의 최대 승인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집권 후 아베 내각은 무제한적 양적완화를 통해 경기 부양에 올인해 왔다. 아베노믹스의 성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지만 ‘잃어버린 20년’ 동안 침체된 일본 사회의 분위기를 일신하는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경기 회복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가 선거에서 아베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선거를 앞두고 아베 총리는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무력 행사와 군대 보유, 교전권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고쳐 군대를 갖고 전쟁을 할 수 있는 정상 국가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헌 발의 요건을 규정한 헌법 조항부터 고쳐 현재의 중·참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서 ‘과반 찬성’으로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헌에 관한 한 일본 내 여론이 쫙 갈라져 있다. 연립정권 파트너인 공명당은 반대하고 있다.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쳐 최대한 신중하게 처리할 문제라고 본다.

 이번 선거 결과에 고무돼 우경화 행보를 가속화한다면 아베 내각은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고립 또한 심화될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은 당장 8월 15일 종전기념일을 앞두고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득표를 위해 무리한 공약을 했더라도 선거에서 이긴 뒤에는 신중을 기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현명한 처사다. 아베 총리는 꽉 막힌 한·일 관계와 중·일 관계부터 어떻게 풀지 고민하기 바란다.

한겨레<2013년 7월 23일자 31면>
아베 정권의 압승과 우려되는 한·일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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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자민당 자체만으로는 참의원 정수(242석) 과반에 약간 못 미치는 115석을 확보했으나, 연립정부를 이루고 있는 공명당(20석)까지 합쳐 절반을 훨씬 웃돌았다. 이로써 자·공 연립정권은 2007년 참의원 선거 이후 처음으로 중의원, 참의원에서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권이 됐다. 앞으로 3년간은 중·참의원 선거가 없기 때문에 박근혜정부는 싫든 좋든 임기의 대부분을 아베 정권과 대면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아베 정권이 우경화·군사화에 대한 외부의 비판과 우려 속에서도 압승을 거둔 것은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경제정책에 대한 시민의 기대감이 가장 많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베 정권이 지난해 12월 집권한 이래 일본의 주가지수는 5000가량 올랐고, 고환율 정책으로 인한 수출 증대에 힘입어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런 가시적 성과가 제1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반아베 세력이 지리멸렬한 틈을 비집고 자민당에 큰 승리를 안겨준 것이다.

 아베 정권의 압승은 이웃인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 뒤 들어선 일본의 정권 중에서 가장 우파 성향을 지닌 아베 정권이 참의원 압승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국수주의적이고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할 경우 한·일 관계는 파란을 면치 못할 것이다. 첫 고비는 일본의 패전기념일인 8월 15일이 될 것이다. “2006년 1차 내각 때 총리로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은 것이 통한으로 남는다”는 말을 한 바 있는 그가 야스쿠니를 참배하게 되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외교 마찰은 훨씬 커질 게 확실하다.

 아베 총리가 전술상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단념한다고 해도 안심할 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자위대의 군대화, 집단자위권 행사, 일본군 군대위안부를 비롯한 침략 역사에 대한 부정 등으로 꽉 차 있는 아베 총리의 속마음마저 바뀌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당장은 내정에 집중하면서도 집권 기간 내내 헌법 개정 절차 완화,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자위권 행사 등을 꾸준히 추진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아베 정권을 대할 박근혜정부의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정한 자세와 확실한 메시지 발신이 필요하다. 퇴행적 역사 인식에 대해서는 준엄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지역의 안정과 평화, 국익과 관련한 사안에서는 언제든지 협력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논리 vs 논리
중앙, 일본 우경화 역풍 경고 … 한겨레, 한국의 합리적 대응 당부

지난달 21일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했다. 자민당은 115석을 확보했다. 연립정부를 꾸리고 있는 공명당 의석까지 합치면 참의원 정수(242석)의 절반을 훌쩍 넘기는 대승(大勝)이었다.

 이에 대해 국내 언론 대부분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아베 신조의 정치적 성향 탓이다. “총리로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은 것이 통한으로 남는다” “자민당이 집권할 경우 일본의 과거사 반성 3대 담화(미야자와 담화,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를 모두 고치겠다” “전쟁은 일본만의 책임이 아니다”는 등 아베는 과거 일본의 침략을 부인하는 발언을 숱하게 해왔다. 또한 아베 총리는 ‘군대 보유를 통한 정상국가화’를 앞세우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2016년까지 일본에는 권력변화가 있을 만한 큰 선거가 없다. 극우 성향을 가진 아베의 장기집권 가능성에 경계심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아베 압승 원인은 일본경제 때문” 한목소리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사설에서도 아베의 선거 승리에 대한 걱정이 느껴진다. 그러나 두 신문은 각각 합리적인 보수와 진보의 입장을 보인다. 이 점은 압승의 이유를 분석하는 데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국내 일부 언론은 아베의 승리를 ‘망언과 이웃 나라의 반발→ 일본의 우익 정서 자극→ 선거 압승’의 도식으로 설명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시각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일본인 전체를 우익 집단으로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겨레 사설은 이 점을 제대로 짚어 준다. ‘제1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한 반(反)아베 세력이 지리멸렬’ 상태였다는 점이 아베 승리의 큰 요인이었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52%밖에 안 됐다. 자민당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던 일본인으로서는 자민당을 찍거나, 선거를 포기하는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극우 세력의 준동’으로 자민당의 압승을 해석할 수 없는 이유다.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자민당 압승의 이유를 아베노믹스에서 찾는다. 일본인 대다수는 아베의 극우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 마이니치(每日)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베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헌법 9조 개헌을 지지하는 국민은 20%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헌법 9조는 ‘전력(戰力) 보유 금지와 국가 교전권 불인정’을 뼈대로 한다. 일본 국민 대다수는 주식값이 오르고, 수출이 늘어났기에 아베에게 표를 주었을 뿐이라는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해석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선거 압승의 이유를 경제에서 찾을 때 보다 합리적인 대응책을 찾을 수 있다. 중앙일보는 아베 정권에 대해 ‘백지수표를 위임받았다고 생각하면 오만한 착각’이라고 경고한다. 지금 일본의 정치 분위기는 1930년대 유럽과 비슷하다. 경제 대공황에 시달리던 유럽인은 히틀러같이 강한 지도자에게 마음이 쏠렸다. 권력자 또한 강력한 경제 드라이브로 시민의 마음을 샀다. 이 점에서 볼 때, 일본의 우익 지도자들이 망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경제에서의 성공이 우경화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리라는 기대를 주는 탓이다.

두 신문, 21세기 논리로 20세기 문제해결 모색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선거 결과에 고무돼 우경화 행보를 가속화한다면 아베 내각은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며 재차 주의를 준다. 2007년 아베는 이미 여론의 지탄을 받으며 총리직에서 물러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아베는 “일본 정부가 종군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자료를 찾을 수 없다”는 식의 망언을 일삼았다. 중앙일보 사설은 대다수 일본인이 건전한 상식을 갖고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 정치인에게 무엇보다 확실한 경고인 셈이다.

 한편 한겨레는 국내 정치인에게 합리적 대응을 강조한다. “퇴행적 역사 인식에 대해서는 준엄한 자세를 유지하라”고 하면서도 “지역의 안정과 평화, 국익과 관련된 사안에서는 언제든지 협력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를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선을 긋는다. 광신적인 민족주의에 기댄 극우세력은 상대편이 세게 나올수록 힘을 받는다. ‘상대가 거세게 나오니, 더욱더 똘똘 뭉쳐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기 때문이다. 한겨레 논조의 뒷면에는 극우의 논리를 극우의 논리로 대응하지 말라는 당부가 느껴진다. 잘못된 주장에 대해서는 당당히 맞서되, 현실의 문제는 실익에 따라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합리적 진보의 태도가 느껴진다.

 한·중·일 세 나라는 세계 무역의 15%, 세계 외환보유액의 41%를 차지하는 경제대국이다. 그럼에도 과거사 문제와 처리에 있어 세 나라의 상황은 20세기 초엽의 분위기와 별다르지 않다. 과거사 문제를 푸는 데 있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의 대응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중앙일보와 한겨레의 사설에서는 20세기의 논리가 아닌, 21세기의 현실에서 20세기의 문제를 풀고자 하는 합리적인 노력이 엿보인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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