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항로」를 강요한 기상반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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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복강(후꾸오카)간>
【동경=조동오특파원】JAL기가 우전(하네다)공항을 떠난 것은 예정보다 10분 늦은 7시 20분.
비행기가 안전고도를 취한 다음 4명의 「스튜어디스」가 승객들에게 물수건을 나누어주었다. 이륙으로부터 5분쯤 지났을까 객석 맨 앞줄에 앉아있던 5, 6명의 청년이 벌떡 일어나 조종실로 뛰어들었다. 승무원이 가로막자 이들은 승무원의 뺨과 배를 두 차례씩 때려 기내가 소란해졌으나 곧 조용해졌다.
7시 55분쯤 객석에 다시 돌아온 이들은 「마이크」로『두 손을 머리에 얹어라. 우리는 폭발물을 갖고 있다. 반항하면 폭파시키겠다』고 승객들을 위협했다.
6명의 범인들이 주머니에서 「핑크」색·청색·백색의「비닐」제품 끈을 꺼내 승객들을 차례로 묶었다.
그 동안 2명의 범인은 40㎝정도의 일본도를 들고 객석을 왔다갔다하면서 『꽉 묶어라』고 지시했으나 어린이들과 부인들은 묶지 않았다. 「스튜어디스」 4명도 모두 묶였다.
7시 40분 비행기로부터 우전(하네다) 공항 운항통제실에 긴급연락이 취해졌다. 항공자위대 소림(고바야시) 기지에서 F-86「제트」기 2대가 긴급출동, 추격했고 복강(후꾸오카)현 경비부 에서도 기동대 1백 명과 사복경찰 20명이 공항에 배치되었다.
범인들은 1명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넥타이」를 단정히 맨 말쑥한 양복차림이었고 머리는 모두 짧게 깎았다.
이들은 신원을 밝히지 않으려는 양 서로 이름을 부르지 않고 『중놈아』 또는 『야』로 통했다.
일본도를 가진 2명을 제외하고 모두 20㎝정도의 단도를 갖고 있었으며 양복상의 윗 주머니에 「다이너마이트」로 보이는 물건을 남들이 볼 수 있게 갖고있었다.
이들 중 「리더」로 보이는 범인은 안경을 쓰고있었는데 관서지방 사투리를 쓰고있었다.
「리더」로 보이는 범인은 『우리는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 결코 해치지 않겠다』고 몇 번 강조했고『우리는 모두 일본 경찰에서 체포령이 내려져 있어 북괴로 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비행기가 「이따즈께」(판부)공항에 머물러 있는 동안 어린애가 울어 부인승객이 『우유를 먹여야겠다』고 말하자, 범인 1명은 기내주방에 가서 물을 끓여다주기도 했다.

<복강(후쿠오까)-김포간>
31일 하오 1시 53분 후쿠오까「이따즈께」비행장을 떠난 JAL기는 동해를 향해 북상, 하오 2시 30분 포항상공을 지나 강릉 동쪽 20「마일」해상까지 비행했다가 거기서 서북쪽으로 선회하여 2시 4O분 철원북방에서 휴전선을 넘었으나 곧 기수를 김포로 돌렸다.
우리 공군은 JAL기가 「이따즈께」공항을 이륙한 직후부터 「레이다」로 북상하는 행적을 추적했다. JAL기가 포항 앞 바다까지 온 2시 30분 「이따즈께」로부터 호위해오던 일본 자위대 항공기가 철수, 피납기는 단독으로 북상했다. 포항을 지나 강릉과의 중간지점해상을 지났을 때 강릉기지를 출발한 우리 공군 F-5A기 ○대가 호위하기 시작했다.
JAL기가 강릉 앞 바다에 이른 2시 38분 공군○○기지에서 GCI(「그라운드·컨트롤·인터셉터」)를 통해 일본말로 JAL기 조종사와 처음으로 통화하는데 성공했다.
『기장, 「이따즈께」로 돌아가라』는 말에 석전 기장은 『여기는 지금 그럴 사정이 못된다』고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출발 후 계속 시속 3백 80「마일」, 고도 2만 2천「피트」를 유지해온 JAL기는 2시 40분 북위 38도 20분 ,서경 129도 40분 지점에 도달, 갑자기 기수를 남쪽으로 돌리고 고도도 9천 5백「피트」까지 낮추었다.
하오 3시 5분 김포관제탑은 『여기는 평양「타워」, 여기는 평양「타워」, 아무런 지장 받지 말고 착륙하라』고 비행기를 유도했다. 3시 7분 JAL기는 기수를 서쪽 2백도로 돌려 김포 쪽으로 방향을 고착시켰고 고도를 6천 5백「피트」로 다시 낮췄다.
3시 10분 김포관제탑은 『여기는 평양「타워」, 여기는 평양「타워」, 평양공항에 정밀착륙이 예상되니 대기하라』고 지시하고 3시 13분 『기수를 1백 40도 오른쪽으로 돌리고 주파수를 계속 유지하라, 착륙 OK』라는 허가를 내렸다.
3시 15분 김포공항 서쪽방향에서 동쪽을 향해 길고 검은 연기를 뿜으며 JAL기의 거대한 동체가 화곡동 활주로 끝에까지 가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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