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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학원 줄이고 어르신 용돈도 못 드릴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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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이른바 ‘수퍼부자’에 대한 증세론을 강조했다.

 그는 “개편안은 사실상 중산층 증세안”이라며 “세수 부족을 메우고 복지정책을 이행하려면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인상과 이명박정부에서 낮췄던 대기업 법인세를 원래대로 환원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동의 없이 유리지갑을 터는 세제개편안은 절대 국회를 통과할 수 없다”고 했다.

 -중산층 증세안이라고 말하는 근거는.

 “세제개편안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의 축소나 교육비·의료비 소득공제의 배제 등은 결국 중산층의 가처분소득을 줄인 것이다.”

 -정부는 고소득자보다 저소득자의 세부담이 덜하다고 했다.

 “서민의 ‘서’자도 모르고 하는 얘기다. 과표구간이 3450만원인 소득계층은 세금을 16만원 정도만 더 낸다고 정부가 발표했는데 연소득 3450만원이면 월소득 300만원 정도다. 이런 소득계층이 매달 우유 값 내고 자녀 학원비 내고 은행 대출 이자를 갚으면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런 분들에게 연 16만원은 여윳돈이 아니다. 어르신들에게 드릴 용돈을 못 드리고 애들 학원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각종 비과세 감면 축소는 불가피하지 않나.

 “개편안에 따른 증수(增收) 효과는 내년에 4300억원 정도다. 그런데 박근혜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공약가계부의 재원에는 5년간 48조원의 국세 수입이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내년에만 7조6000억원을 더 걷어야 하는데 4300억원의 증수로는 공약 이행이 불가능하다. 연말엔 세수가 20조원가량 부족하다는데 이건 도대체 어떻게 메우려 하나. 국고가 부족하면 추경으로 국채를 발행하거나 아니면 지출을 줄이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는데 해법이 안 보인다.”

 -민주당은 어떤 해법을 갖고 있나.

 “소득세 최고세율 38%를 적용하는 과표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확대해야 한다. 소득 1억5000만원 초과자는 전체의 1% 이내다. 이명박정부에서 줄여 놓은 대기업의 법인세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낮은 편이다.”

 -대기업·고소득층의 조세 저항을 부를 수 있다.

 “물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지금은 세수 부족에 각종 공약으로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니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덜한 쪽에서 더 부담하는 방법밖에 없다.”

 민주당에선 노무현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의원, 국세청장이었던 이용섭 의원도 세금 공세의 전면에 나섰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정부 개편안엔 역외탈세 방지 대책, 의사·변호사·연예인 등 고액 전문직 과세 강화와 같은 지하경제 양성화에 대한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도 “정부가 부자감세는 유지한 채 봉급생활자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게 세금 부담을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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