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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방방곡곡 '미니 한반도'를 찾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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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마을 영월(선암마을)의 인기가 샘났던 걸까. 강원도 정선군은 2012년 6월 한반도 지형 밤섬이 내려다보이는 병방치에 약 16억원을 들여 스카이워크 전망대를 설치했다.

다음 주 목요일 8월 15일은 광복절이다. 올해로 68돌을 맞는 국경일이지만 광복절 본연의 의미가 퇴색한 것도 사실이다. 요즘 우리는 빼앗긴 강산을 되찾았다는 기쁨보다 ‘달력의 빨간 날’에 더 익숙하다.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여행은 없을까. 이번 주 week&의 고민이었다. 고민 끝에 week&은 ‘한반도 지형’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기획했다. 막상 뒤져 보니 한반도를 닮은 땅은 의외로 많았다. 강줄기가 ‘U’자 모양을 그리며 융기된 육지를 돌아 나오는 하천 지형을 감입곡류(嵌入曲流)라고 하는데, 이 지형이 어찌 보면 한반도 닮은꼴이 된다. 예전에는 물동이동(또는 물돌이동)이라고 불렀는데 요즘에는 한반도 지형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우리네 강은 유난히 굴곡이 심하다. 강물은 굽이를 돌 때마다 산과 들을 파고들어 물동이동 지형을 형성한다. 높은 산에 둘러싸인 낙동강 상류와 남한강 상류에 특히 물동이동이 많다. 낙동강의 물동이동은 명당으로 꼽히는 마을이 여럿 있지만 남한강 물동이동은 가팔라서 척박한 강원도의 삶을 흔히 상징한다.

물동이동을 한반도 지형이라 달리 부르게 된 데는 강원도 영월의 선암마을 영향이 컸다. 예부터 우리나라에서 한반도를 가장 많이 닮은 마을로 손꼽혔던 선암마을은 2000년 무렵 도로공사 계획이 발표되면서 한반도 지형이 훼손될 처지에 이르렀다. 이내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남북으로 갈라진 것도 서러운데 한반도 지형까지 쪼개야 하느냐”는 반발에 공사 계획은 수정됐다.

2009년 영월군은 선암마을이 속한 ‘서면’을 ‘한반도면’으로 이름을 바꿨다. 동서남북 방위에 따라 지은 일제강점기의 이름을 버리고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강조하겠다는 뜻이었다. 여기엔 물론 선암마을을 관광명소로 키우겠다는 속내도 담겨 있었다. 영월군은 지난해까지 모두 15억원을 들여 전망대를 설치했고 탐방로도 조성했다. 지난해에만 95만 명이 다녀갔을 만큼 지금 선암마을은 전국 명소가 됐다.

다른 지자체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전남 나주시는 지난해 10억원을 들여 영산강 하류의 한반도 지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했다. 강원도 양구군은 파로호 한복판에 아예 한반도 모양의 인공섬까지 만들었다. week&이 뒤져 보니 전국에는 한반도를 닮았다고 주장하는 장소가 20곳이 넘었다. 강이 산을 파고들어 형성한 물동이동 지형뿐 아니라 한반도를 닮은 바위, 한반도를 닮은 골프장 벙커까지 있었다.

한반도를 닮은 마을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뭐라 설명하긴 힘들지만, 이번 여행은 여느 여행과는 달랐다.

 글=백종현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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