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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장볼펜 때문에 옷 벗은 미 3성 장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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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조셉 필(사진) 전 주한 미8군사령관이 한국 근무 당시 고가의 선물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일 보도했다. WP가 정보자유법(FOIA)에 따라 미 국방부에 요청해 입수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필 전 사령관은 근무 당시 공식 자격으로 만난 한 한국인으로부터 1500달러(약 167만원) 상당의 금장 몽블랑 볼펜과 2000달러(약 220만원) 상당의 가죽 서류가방을 받았다. 가족 중 한 명도 익명의 한국인으로부터 3000달러(약 330만원)의 현금을 받았지만 이를 국방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필 전 사령관은 “양심에 꺼릴 게 없다”며 “오랜 친구로부터 받은 선물이라 합법이라고 믿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방부 조사관들은 “선물을 준 한국인이 영어를 하지 못해 필 전 사령관과 손짓으로 의사 소통을 해야 했다”며 그의 해명을 믿지 않았다. 그는 결국 가방과 몽블랑 펜을 조사관들에게 반납했고, 3000달러의 현금도 되갚았다. 선물을 받은 정확한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WP는 “보고서가 1년여 전에 작성됐지만 미 육군은 이를 비밀에 부쳐왔다”고 전했다. 감사는 2011년 초 미 연방수사국(FBI), 육군 범죄수사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졌다. 필 전 사령관은 2008년 2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주한 미8군사령관으로 근무했다. 부적절한 처신이 드러나 지난해 8월 소장으로 강등된 채 전역했다. 그는 WP와의 통화에서 “더 이상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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