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가 여대생이 됐다. 그것도 꿈을 이룬,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또 다른 꿈을 위해 시동을 건다. 이화여자대학교(총장 김선욱·이하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다섯 명의 '이화인' 이야기다.
올해 외무고시 최연소 합격자 윤홍선(정치외교학전공 10학번·22)씨, 이화 RC 글로벌 학생 기획단원 임율리(국제학전공 12학번·20)씨, 국내 최초로 생긴 에코과학부의 석박사통합과정생 고은하(생명과학전공 05학번 졸업·27)씨, 125명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이끈 남지원(관현악전공 10학번·22)씨, 제8회 이화글빛문학상 수상자 편정인(생명과학전공 12학번·19)씨. 앳된 외모에도 눈빛은 어른스러운 그녀들에게 이화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프로필이 다들 화려하다.
고은하(이하 고) "이화여대에 와서 꿈을 이뤘다. 19살 때 제인 구달의 '희망의 이유'를 읽으면서 과학에 대한 꿈을 키웠다. 이화여대에 오니 야생에 직접 뛰어들 기회가 많이 있더라. 지금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영장류학을 연구하는 연구소에 있다."
윤홍선(이하 윤) "고시는 주변 사람 도움이 중요한데 학교 도움이 컸다. 이번에 3명의 재학생이 2차에 합격했는데, 국가고시준비반에서 마련한 면접 대비 프로그램에 참여해 모두 합격했다. 전공 수업도 시험에 많은 도움이 됐다. 수강한 과목 내용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학교의 지원이 든든하다.
편정인(이하 편) "중3때부터 글을 썼다. 과학고, 생명과학전공에 진학했지만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은 언제나 마음에 있었다. 그런데 이화가 꿈을 이룰 기회를 줬다. 제8회 이화글빛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꿈이 현실이 됐다. 소설 '시티홀'은 11월에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의사가 되길 원하셨던 부모님도 이제는 내 꿈을 받아들이신 것 같다.
남지원(이하 남) "프로 연주자와 같은 무대에 서보고, 해외 음대 초청을 받아 공연을 했다. 3·4학년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맡았는데, 125명의 단원을 끌고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13 대학 오케스트라 축제'에 참여 했다. 학부생으로서 국내에서 가장 큰 무대인 예술의전당에 설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경험이다."

-여대는 개인적이라는 편견이 있는데.
임율리(이하 임) "흔히 여대라고 하면 선후배의 끈끈한 정 따위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정말 편견에 불과하다. '이화 RC 글로벌 학생 기획단'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미국과 영국의 유명 대학 RC를 직접 둘러보고 왔다. 이 경험을 토대로 이화형 RC를 만드는 데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서 큰 보람을 느꼈다. '이화 다우리'는 신입생 멘토 프로그램이다. 한 학기 동안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사람들 만날 기회도 많다."
윤 "수시에 합격한 후 면접을 봤던 교수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함께 공부해보고 싶다며 직접 전화를 주셨다. 남녀공학에서는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것을 종종 봤다. 반면 여대라서 편견이 없고 자신감은 있다."
-여자들 사이의 경쟁이 더 힘들지 않나.
윤 "여자들 사이의 경쟁이 더 힘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계기가 되어 성취로 나타난다. 그게 이화의 매력이다."
임 "맞다. 소통이 되는 곳이다. 무슨 일을 하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방향을 물어볼 선배가 있고 동기가 있다.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 학교다. 하하"

-이화, 하면 여성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남 "여자 125명으로만 구성된 한 단체를 이끈다는 것은 사회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또 쉽지 않은 일이다.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를, 어린 후배를 통솔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단순한 카리스마와 통제력만으로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완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화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섬세하고 부드러운 소통 방법을 배울 수 없었을 것이다."
고 "스물다섯 살 때부터 혼자 실험을 다녔다. 1년 동안 인도네시아 정글에서 자바긴팔원숭이를 관찰했다. 15박 16일 동안 무인도에 간 적도 있다. 초반에는 전구 4개를 겨우 켤 만큼의 전력을 얻을 수 있었다. 지역 주민을 고용해서 숲에 들어갈 대, 이 모든 과정을 혼자 했다. 한 상황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했고, 결정에 대한 결과까지도 생각해야 했다. 연구하면서 지역을 관리하고, 분쟁이 생기면 해결해야 했으며, 음식도 직접 해 먹었다. 이 과정에서 셀프 리더십을 배웠다. 다른 실험실에서는 남자가 도와줄 일들도 스스로 한 것은 기본이었다."

-후배들에게 한마디.
남 "이화에는 배움에 대한 낭만이 있다. 대학생일 때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 이화에서는 거의 할 수 있다.
임 "1학년 때부터 RC 글로벌 기획단에 참여하면서 우리가 가족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화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친해지는 기회를 끊임없이 준다."
편 "사람은 끝까지 확신을 얻을 수 없다. 완전한 성취를 이룬다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나를 단련시켜주는 것이다. 이화가 그 기회를 주었다.
장문기 객원기자